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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오지 의사 인건비' '제2 손흥민 육성'... 진화하는 고향사랑기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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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오지 의사 인건비' '제2 손흥민 육성'... 진화하는 고향사랑기부제

입력
2025.01.13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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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총 890억 모금, 전년 대비 37%↑
지자체, 현안·미래 사업 '지정기부' 적극 나서
특정 사업 지정기부 39억... 58개 모금 중
답례품도 관광·체험 등 콜라보 품목 진화

고향사랑기부제

고향사랑기부제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3년 차를 맞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모금액이 30% 이상 늘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군에 고향사랑기부가 급증해 피해자와 고향을 보듬어줬다. 한발 더 나아가 의료 여건이 뒤처진 격오지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유치하기 위한 인건비 마련, 제2의 손흥민과 안세영을 육성하는 체육인재 양성, 나날이 증가하는 외국인 주민과의 사회 통합 등 지역 현안과 미래에 초점을 맞춘 사업 모금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전국 각 지자체에 모금된 총금액은 892억 원으로, 첫해인 2023년(650억 원)에 비해 약 37% 증가했다. 모금 건수 역시 총 78만7,000여 건으로 2023년(52만6,000여 건)보다 50%가량 늘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고향사랑기부 모금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 고향사랑기부 모금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기부금 증가는 각 지자체들이 출향민들의 애향심에 호소하거나 답례품을 앞세워 모금하는 데서 탈피한 점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6월부터 '지정기부사업' 모금이 가능해져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 제도는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특정사업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목표액을 달성하면 해당 사업에 사용한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스타트업 등에서 활용하던 크라우드 펀딩 형식과 유사하다.

지난해 지정기부 모금액은 총 39억4,000여만 원이다. 이달 현재 총 58개 사업의 모금이 진행되고 있다. 고향 광주에 10만 원을 기부해본 경험이 있다는 한철성(36)씨는 "지정기부는 일반 기부보다 정확한 기부금 용처를 알고, 지역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니 더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 유망주 육성, 의료진 인건비, 환경보호까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고향사랑기부제 주요 지정기부 사업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고향사랑기부제 주요 지정기부 사업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각 지자체의 지정기부 사업 아이디어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대구 달성군은 올해 5,0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달성 글로벌 소녀합창단' 운영을 내놨다. 지역 공단이 밀집한 달성군은 최근 3년 사이 등록 외국인 수가 1,600명 넘게 늘어 화두가 된 지역사회 통합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달성군 관계자는 "각 과로부터 지정기부에 적합한 사업을 공모해 선정했다"며 "지정기부는 대상을 좁혀 사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올해 '오름아 걱정마! 나도 제주오름 지킴이' 사업으로 1억 원 모금을 목표로 내걸었다. 제주 봉개동 '4·3평화공원' 인근 거친오름에 경관 감상과 산불 대응이 가능한 다목적 오름쉼터를 조성하고, 감사의 뜻을 담아 기부자 명판도 설치하기로 했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정기부사업.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정기부사업.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총 187억 원을 모금한 전남 지역 시군의 관심도 높다. 진도군은 인근 도시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아이들을 위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인건비 지원에 5억 원을 모금하고 있다. 담양군은 지난해부터 향우회관 건립과 어르신 복지 프로그램, 유기동물 입양 프로젝트 등 4개 사업 모금이 진행 중이다. 나주시는 안세영체육관 건립과 배드민턴 유망주 육성, 전국대회 개최 등을 목표로 20억 원을 모금하고 있다. 고향이 나주인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500만 원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 △경남 거창군 제2의 손흥민 육성 프로젝트 △광주 남구 장애인예술단 운영 △서울 성북구 개인카페 텀블러 세척기 지원 △충북 청주시 '찾아가는 동물건강검진센터' 등도 눈에 띈다.

다만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추진은 더디다. 서울시는 일부 자치구 외엔 추진 중인 지정기부 사업이 없고, 부산·대구·경북·강원 등도 마찬가지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숙박권, 요트 이용권, 벌초 할인... 어떤 답례품 골라볼까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답례품 목록.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답례품 목록.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답례품의 종류도 기존 농축수산물 등 중심에서 지역 유명 식당과 협업한 밀키트나 상품권, 배달플랫폼 쿠폰, 관광 및 체험 프로그램으로 넓어지고 있다. 달성군은 지역 전통 맛집인 원조현풍박소선할매집 곰탕 밀키트와 배달의민족 할인 쿠폰 등을 새로 내놨다. 럭셔리 요트 투어 이용권(전남 신안), 코스모스 리조트 숙박권(경북 울릉), 산들바다사찰음식 체험권(전남 담양)도 눈에 띄고, 전북 무주군과 경남 하동군은 '벌초대행 서비스 할인권'이라는 독특한 답례품을 선보였다. 경북 예천군은 지속적인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추첨을 통해 추가 답례품 증정 이벤트도 진행한다.

김철 행안부 균형발전과장은 "지정기부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각 지자체 차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그간 답례품 중심의 홍보에서 벗어나 지자체의 특색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지정기부사업에 대한 홍보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권정현 기자
예천= 이용호 기자
제주= 김영헌 기자
인천=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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