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로 돌아온 박성훈
이병헌·이정재 향한 존경심 "괜히 롱런하는 게 아냐"
배우 박성훈은 최근 휩싸인 논란과 관련해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실수로 SNS에 AV 표지를 올려 비판을 받은 후 휴대폰을 만지기도 싫은 상태가 됐단다. 눈시울을 붉힌 그는 거듭 사과를 하며 시린 마음을 내비쳤다.
박성훈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작품은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았다. 박성훈은 특전사 출신 트렌스젠더 현주 역으로 활약했다.
AV 표지 논란 직접 언급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박성훈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입을 열었다. 최근 개인 SNS 계정에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일본 AV 표지 사진을 올렸다가 휩싸였던 논란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불편함을 드린 것 같아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잘못을 해 수많은 제작진의 노고에 누를 끼친 것 같아 속상하고 죄송스럽다. 질타를 해주신다면 달게 받겠다. 하지만 작품은 따뜻한 시선으로 봐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당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박성훈은 "담당자랑 작품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문제가 된 사진을 발견했다. 스케줄이 있어 급하게 나서는 길에 그 사진을 DM으로 보내려 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스토리로 올라가버렸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지'라는 생각에 불쾌해서 보내는 과정 중 실수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는 '부계정에 올리려다 잘못 업로드한 게 아니냐'고 한다. 그런데 난 내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계정 외에 부계정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훈은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했다. 그는 "휴대폰을 만지기도 싫은 정도의 상태다"라고 털어놨다.
박성훈 꿰뚫어 본 황동혁 감독
그럼에도 박성훈은 극의 주역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는 자신이 현주 역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거 박성훈이 단막극 '희수'에 출연했는데 황동혁 감독이 그 모습을 보며 현주를 떠올리게 됐단다. 박성훈은 "'희수'에서는 평범한 가장의 역할이다. '어떻게 현주의 모습을 발견해 주셨을까' 싶어 놀라웠다. 난 누나 둘 밑에서 자란 아들이다. 숨기고 살아온 여성스러운 부분이 많다. 감독님께서 꿰뚫어 보시고 현주의 모습을 발견하신 듯해 놀라웠다"고 전했다.
박성훈도, 황 감독도 현주가 희화화되지 않도록 신경 썼단다. 박성훈은 "과도한 음성의 변화나 과도한 제스처는 하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도 동의해 주셨다. 그리고 호르몬 치료를 받더라도 목소리는 잘 변하지 않는다더라. 그런 자문을 받은 기억이 있다. 현주가 목숨 걸고 게임하는 상황에서 목소리가 꾸며질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현주의 목소리, 제스처가 꾸밈 없이 느껴질 때 더욱 진짜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는 것이 박성훈의 설명이다.
현주의 전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주의 원래 이름은 현준이었다. 박성훈은 "감독님께서 (이름을) 말씀해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초반 현주의 마음속에는 소용돌이가 있었을 것이다. 부모님도 '차라리 특전사 같은 걸 해보는 게 어떠니'라고 권장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주는 그간 정말 많은 벽들을 마주햤고, 무시도 당했을 거다"라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2'로 만난 선배들
'오징어 게임2'로 함께 호흡한 선배들은 박성훈이 많은 것들을 느끼게 만들었다. 박성훈은 "이병헌 선배님이나 이정재 선배님 모두 1990년대부터 톱스타 자리를 유지해 온 분들이다. 선배님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롱런하는 게 아니구나'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위기를 풀어 주시고, 현장을 이끌어 주시고, 후배들을 챙겨 주시는 모습을 보며 그냥 그 자리에 올라가는 사람은 없다는 걸 느꼈다. 선배님들의 태도와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나도 배우고자 한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박성훈은 무명 시절을 거쳐 차근차근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라왔다. 그는 "아르바이트 하면서 단역할 때나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나 경제적으로 쪼들리면서 생활을 해 왔다. 그렇다고 마냥 고통스럽진 않았다.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제 아르바이트 안 하고 연극만 해도 살 수 있네' '오디션 안 보고 연극할 수 있네'처럼 한 단계씩 이뤄내는 기쁨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성훈은 앞으로 이루고 샆운 계획도, 포부도 여러 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눈앞에 펼쳐진 과오를 잘 수습하고자 한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편 박성훈이 출연한 '오징어 게임2'는 지난달 26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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