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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서 국민 45명 죽었는데… 노동자 또 전쟁터 보내는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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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서 국민 45명 죽었는데… 노동자 또 전쟁터 보내는 태국

입력
2024.11.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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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이스라엘에 노동자 800명 파견
'위험' 비판에 "막는다고 안전 보장 안돼"

지난달 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1주년 관련 행사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지난달 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1주년 관련 행사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태국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노동자 800여 명을 보내기로 했다. 최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폭격으로 사망한 4명을 포함해 45명의 태국인이 1년 새 이스라엘에서 목숨을 잃은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 결정이다. 돈벌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려는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게 태국 정부 논리이지만 비판 여론도 있다.

5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노동부는 이달 중 이스라엘에 노동자 800명을 파견한다고 전날 밝혔다. 솜차이 모라코트스리완 노동부 장관은 “많은 국민들이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데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내놓은 조치”라며 “대신 전쟁이 격화할 경우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스라엘은 교육 수준이 높고 인재 유출이 많아 만성적 노동력 부족에 시달린다. 이에 농업 분야는 해외 노동력에 의존한다. 과거에는 팔레스타인 같은 인근 지역에서 노동자를 데려왔지만, 중동 내 마찰이 잦아지면서 20여 년 전부터는 무슬림이 아닌 태국 등 불교 국가 출신을 선호해왔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전까지 태국인 3만여 명이 이스라엘에 거주했고, 상당수는 가자지구 인근 집단농장(키부츠)에서 일했다. 그만큼 인명 피해도 컸다. 당시 하마스 공격으로 최소 41명이 사망했다.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였다. 억류된 외국인 인질 중에서도 태국인이 가장 많았다.

지난달 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1주년 관련 행사에서 하마스 공격으로 희생된 태국인 노동자의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지난달 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1주년 관련 행사에서 하마스 공격으로 희생된 태국인 노동자의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1년이 지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일 이스라엘 북부에서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격으로 태국인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자국민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가 이스라엘로의 노동자 송출을 멈추지 않는 셈이다.

이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스라엘로 가려는 노동자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태국의 월평균 임금은 450달러(약 62만 원)인데, 이스라엘에서 일하면 3배나 많은 월 1,400달러(약 193만 원)를 벌 수 있다. 현지 노동자 대부분은 월급을 본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한다. 방콕포스트는 “아직 이스라엘에는 많은 태국 노동자들이 머무는데 대부분 재정적 이유로 전쟁터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이 노동자 생명을 위협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태국 노동부는 “이스라엘과의 협력(인력 파견)을 중단한다고 (국민)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정부가 금지해도 이스라엘행을 원하는 이들은 무리해서 갈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오히려 추적·보호가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을 비롯해 중동에서 전쟁이 격해지면서 태국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태국 하원은 4일 노동부에 분쟁 지역이 아닌 평화로운 국가로 노동 인력을 보내라고 촉구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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