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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자극하는 가을 운동회

입력
2024.10.18 17:3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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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16일 오전 경북 경산서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가을 운동회. 2024학년도 경산서부 라온한마당 저학년 청백계주에 출전한 학생들이 전력질주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오전 경북 경산서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가을 운동회. 2024학년도 경산서부 라온한마당 저학년 청백계주에 출전한 학생들이 전력질주하고 있다. 뉴스1

가을 운동회는 예나 지금이나 일상을 벗고 동심으로 돌아가 계절을 만끽하는 축제의 장이다. 과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지금도 적지 않은 초·중·고교는 물론 마을회, 기관·단체 등이 운동회나 단합대회를 개최한다. 요즘엔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소규모 운동회도 있다. 보호자와 반려견이 도시락을 까먹고 유대를 강화하며 함께 뒹군다. 어린이나 학생들의 몫을 동물이 차지하는 식이다. 그러나 세태와 유행은 달라져도 청명한 가을을 마음껏 누리는 게 핵심일 것이다.

□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형형색색 펄럭이는 만국기. 운동회 형식을 갖추려면 꼭 필요한 대표적 상징물이었다. 달리기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와 함께 화약 냄새가 진동하고, 흰 석회가루로 라인이 말끔히 새 단장된 흙 운동장. 지금은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이 흙을 밀어냈다. 아이들 머리에 동여맨 청색·백색 머리띠나 하얀 운동화야말로 어른들이 기억하는 운동회 장면들이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응원전과 호루라기 소리는 빠질 수 없다.

□ ‘박 터트리기’가 가장 흔한 종목이었다. 아이들이 던지는 공과 오자미에 바구니가 열리면 오색색종이가 꽃비처럼 쏟아진다. 공굴리기와 줄다리기, 기마전도 이어진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긴박하게 몰입하는 반 대항 계주, 가장 빠른 대표들로 압축된 청백 릴레이가 주로 대미를 장식했다. 바통을 주고받는 과정에 실수와 변수가 나와 판세가 뒤바뀌는 묘미가 짜릿하다. 요즘 눈에 띄게 사라졌지만 지역 국회의원, 구청장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동창회가 경품을 제공하는 게 흔했다.

□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차전놀이’를 할 만큼 운동회가 화려한 때도 있었지만 국가에서 경비를 지원하던 시대는 사라졌다. 학교 측이나 학생, 학부모 모두 별 관심이 없어지고, 시끄럽다는 아파트 단지의 민원이 속출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걱정에 봄 운동회가 사그라들고 코로나 사태가 운동회 소멸을 앞당겼다. 그래도 명맥이 유지되는 건 가을이 주는 넉넉함 때문일 것이다. 가을볕을 누릴 권리와 본능을 자극한다. 그래서 운동회는 예전부터 날씨운이 절대적이고 하늘이 도와줘야 했다. 떠들썩한 운동장 위를 감싼 가을 하늘, 추억의 용광로다.

지난 16일 오전 경북 경산서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가을운동회. 2024학년도 경산서부 라온한마당에 참여한 학생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오전 경북 경산서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가을운동회. 2024학년도 경산서부 라온한마당에 참여한 학생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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