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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4명 중 1명 “재산 상속 안 해… 배우자와 다 쓰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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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4명 중 1명 “재산 상속 안 해… 배우자와 다 쓰고 가겠다”

입력
2024.10.16 17:10
수정
2024.10.16 17:28
2면
0 0

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발표
소득·교육 수준 상승, 독거노인 증가

노년층에서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노년층에서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노인이 크게 증가해 4명 중 1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새롭게 진입하면서 노년층 소득과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16일 보건복지부는 노인의 가족, 사회관계, 경제 상태, 건강 및 생활 상황을 분석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08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9월 4일부터 12일까지 65세 이상 1만78명(남성 43.9%, 여성 56.1%) 대상 방문·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선 노년층의 가치관 변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재산 상속 방식에 관한 질문에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답변이 ‘재산을 모든 자녀에게 골고루 나눠주겠다’(51.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4.2%를 차지했다. 2014년 15.1%, 2017년 17.3%, 2020년 17.4%로 10년간 응답률 상승 그래프가 완만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변화 폭이 크다.

‘부양을 많이 한 자녀에게 많이 상속하겠다’는 노인은 8.8%에 그쳤다. ‘장남에게 많이 상속하겠다’는 답변도 첫 조사 때는 21.3%에 달했으나 꾸준히 줄어 올해는 6.5%까지 떨어졌다. 직전 조사(13.3%)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재산을 상속하기보다는 본인이 사용하고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 중 경제활동 관련 답변. 보건복지부 제공

2023년 노인실태조사 중 경제활동 관련 답변. 보건복지부 제공

이전 세대에 비해 소득·교육 수준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도 등장했다. 노인 가구 연간 소득은 2020년 3,027만 원에서 지난해 3,469만 원으로, 개인 소득은 1,558만 원에서 2,164만 원으로, 금융 자산 규모는 3,213만 원에서 4,912만 원으로, 부동산 자산 규모는 2억6,183만 원에서 3억1,817만 원으로 모든 항목에서 2020년 조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교육 수준도 전반적으로 올라가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인 비율은 2020년(28.4%)보다 2.8%포인트 증가한 31.2%, 전문대 이상 학력은 2020년 5.9%에서 1.1%포인트 증가한 7.0%로 조사됐다.

일하는 노인은 2017년 30.9%, 2020년 36.9%, 지난해 39%로 꾸준히 늘고 있다. 종사 직종은 단순 노무 33.0%, 농림어업 숙련노동 20.3%, 서비스 종사자 14.4%, 판매 종사자 12.5% 등 순으로 나타났다.

건강 지표도 다소 개선됐다. 우울증상을 가진 노인은 11.3%, 최근 1년간 낙상사고를 경험한 노인은 5.6%, 최근 1개월간 병의원 외래 진료 이용 비율은 68.8%로 직전 조사보다 각각 2.2%, 1.5%, 1.8%포인트 감소했다. 노인들은 평균 2.2가지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었고, 35.9%는 3개 이상을 갖고 있었다. 13.9%는 만성질환이 없다고 답했다.

옷 입기, 세수 양치, 목욕, 화장실 출입, 식사 준비, 집안일, 금전 관리 같은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을 평가한 결과 노인 18.6%는 신체 기능에 제한이 있었다. 이들 중 약 절반(47.2%)은 장기요양서비스(30.7%) 가족(81.4%) 친척 이웃(20%) 개인 간병인(11%) 등의 돌봄을 받는 중이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 중 노후생활 관련 답변. 보건복지부 제공

2023년 노인실태조사 중 노후생활 관련 답변. 보건복지부 제공

혼자 사는 노인은 32.8%로 2020년 조사(19.8%) 대비 13%포인트 급증했다. 부부 가구(55.2%)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자녀 동거 가구도 10.3%로 2020년(20.1%)보다 절반이나 줄었다. 강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65~69세에서 이혼이나 별거 상태로 노년기에 진입한 사례가 늘었고, 85세 이상에서는 사별해도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거노인의 경우 ‘건강하다’는 응답이 34.2%로 노인 부부 가구 48.6%에 비해 크게 낮았고, 우울증상(16.1%) 생활상 어려움(73.9%) 등을 겪고 있었다.

노인들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평균 71.6세로 파악됐다. 2020년 70.5세보다 1.1세 올라갔다. 노인 10명 중 8명(79.1%)은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새로운 노년층의 소비력과 역량, 고령층 전반적인 의료·돌봄·복지 수요, 1인 가구 증가 등 변화된 정책여건을 토대로 초고령 사회 진입에 대비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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