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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답지 않은 게 목표"...남다른 서울시 정책 홍보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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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답지 않은 게 목표"...남다른 서울시 정책 홍보 비결은?

입력
2024.10.14 18:30
수정
2024.10.14 20:4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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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출신 카피라이터·아트디렉터 중심 팀 구성
수시로 아이디어 회의 열고 자유로운 피드백

8일 서울시청에서 홍보전략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8일 서울시청에서 홍보전략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한강과 다른 남산의 '수직적' 공간 차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카피라이터 김대현 주무관)

"거부감을 줄일 수 있게 간결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건 어떨까요." (아트디렉터 정기열 주무관)

지난 8일 오전 서울시청 본청 2층의 홍보전략팀 부스. 이날 토론 주제는 남산순환로에 설치할 자전거 과속 예방 슬로건이었다. 홍보전략팀은 대형 광고사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인 유병천 팀장을 중심으로 카피라이터(김건호·김대현 주무관)와 아트디렉터(정기열·김성은·박지연 주무관)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5~15년 동안 국내 유명 광고·홍보회사에서 근무한 홍보 베테랑들이다. 모두 민간 출신이다.

자유로운 피드백 오가는 아이디어 회의

2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의 내내 이들은 직급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상대를 설득할 때는 물러섬이 없었다. 카피라이터인 김대현 주무관이 '과속 내리막은 인생 내리막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제시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가다 보면 속도가 붙고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인생 내리막'에 빗댔다"고 설명하자 김건호 주무관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남산은 당신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나 '속도를 줄이면 남산은 더 아름답습니다' 같은 남산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슬로건은 어떻냐"고 제안했다. '남산순환로 과속'에 대한 운전자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자전거 동호회와 온라인 카페 여론을 살펴본 결과, 자전거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안전운전' 원칙을 지키려는 선의의 운전자가 더 많다는 게 김건호 주무관이 제시한 근거였다.

8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서울시 홍보전략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8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서울시 홍보전략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이들의 목표는 시민 눈높이에 맞는 슬로건을 만드는 것. 정책 홍보 아이디어 회의에 앞서 현장을 답사하고 온라인 카페와 동호회 등을 샅샅이 탐색하는 이유다. 언어유희를 활용한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은 출발점에 걸고, 주행 중에도 단번에 인식할 수 있는 '경고성' 문구는 내리막길 중간에 게시하는 게 좋겠다는 추가 의견도 나왔는데, 이런 사전조사 과정에서 나왔다.

아트디렉터인 정기열·김성은·박지연 주무관은 자칫 평범하고 밋밋해질 수 있는 슬로건에 시각적 효과로 호소력을 더한다. 정 주무관은 "자전거 정책이지만, 남산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동물 이미지도 활용하면 어떻겠냐"며 "귀여운 동물이 들어가면, 주의 표시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틀에 박힌 표어나 디자인은 지양"

서울시 홍보전략팀 아이디어로 탄생한 '해치 기후동행카드' 디자인과 코로나 시국 당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캠페인.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서울시 홍보전략팀 아이디어로 탄생한 '해치 기후동행카드' 디자인과 코로나 시국 당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캠페인.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오전 10시에 시작된 홍보전략팀의 '무제한' 아이디어 회의는 한 차례 휴식도 없이 이어져 정오가 돼서야 끝이 났다. 통상 한번 회의할 때마다 20~30개가량의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이 중 간부 회의에 보고되는 것은 3, 4개 정도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책 홍보물은 시청이나 서울도서관 외벽에 걸리거나 산하 기관, 각 주민센터 등에 배포된다. 2020년 코로나 유행 초기 방역마스크를 쓴 시민과 산소마스크를 쓴 환자의 모습을 대비한 뒤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라는 표어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알린 '화제작'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반포한강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자전거 과속 운행을 경고하는 현수막이 달려있다. 김민순 기자

반포한강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자전거 과속 운행을 경고하는 현수막이 달려있다. 김민순 기자

홍보전략팀의 철학은 "절대 관공서처럼 만들지 말자"(아트디렉터 정기열 주무관)는 것. 틀에 박힌 표어나 디자인을 회피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기억하고, 즐겨 찾는 '생활 속 정책'을 지향한다. 유 팀장은 "시청의 많은 직원이 시민들을 위한 정책 발굴과 개발에 힘을 쓰지만, 단번에 결과물이 드러나는 일은 극소수"라며 "그들의 노고와 시민들의 편리한 삶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 공식 마스코트 '해치'를 활용한 기후동행카드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홍보전략팀은 '해치카드' 출시를 위해 4종의 디자인 시안을 놓고 사내 직원 선호도 조사를 벌여 2종을 선택했다. 지난 7월 기후동행카드 정식 사업과 동시에 판매된 '해치카드'는 덧니를 드러낸 해치가 귀여운 표정을 짓는 디자인이다. 평범한 디자인을 아쉬워했던 시민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디자인을 바꾼 이후, 기존 카드 소지자가 해치카드로 또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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