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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수상은 노벨상의 혁신...아시아·여성·젊음 '악조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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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수상은 노벨상의 혁신...아시아·여성·젊음 '악조건' 넘었다"

입력
2024.10.14 10:30
수정
2024.10.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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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여울 CBS 라디오 인터뷰
"젊은 작가들과 어린이들에 희망"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지난해 11월 1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세계 한글 작가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지난해 11월 1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세계 한글 작가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지구가 정말 '출렁'하는 느낌이었다."

작가 정여울

작가 겸 문학평론가인 정여울이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한강의 수상을 '벼락 같은 축복'에 빗대면서 "아시아·여성·젊은이라는 세 가지 악조건을 다 뛰어넘은 수상"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정여울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책을 만드는 사람들, 출판계는 사실은 매년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고 한다"면서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은) 정말 가뭄의 단비 정도가 아니라 벼락 같은 축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 여성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여성·젊음 이 세 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여울은 "프랑스 알베르 카뮈(1957년 수상·당시 44세) 이후로 가장 젊은 여성 작가가 수상한 것"이라며 "카뮈는 워낙 유럽에서 유명한 작가였고 백인 남성이었다"면서 "그런데 (한강은) 아시아·여성·젊음 등 노벨문학상을 받기에 불리한 세 가지 악조건을 다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노벨문학상은 주로 60~80대의 원로 작가에게 '공로상' 성격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작가 정여울. 한국일보 자료사진

작가 정여울.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여울은 이 같은 결과가 "노벨문학상의 혁신"이라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한참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젊은 작가한테 노벨문학상을 줬다는 것이 전 세계 많은 작가들, 글쓰기를 꿈꾸는 젊은이,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주제는 '트라우마를 겪은 개인들의 연대와 극복'이라는 것이 정여울의 분석이다. 그는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에서는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당사자이자 피해자가 용기 있게 자신을 둘러싼 악조건과 싸워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슬프고 감동적으로 그려진다"면서 "스웨덴 한림원은 바로 그 트라우마에 맞선 인간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이 같은 개인들이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연대하는 것도 한강 작품들의 주요한 주제다. 정여울은 이를 "트라우마의 별자리"라고 표현하며 "트라우마가 각자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 힘이 없지만, 소설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과 비슷한 일을 겪었던 나라들의 당사자들도 누구나 공감하고 연민을 가지고 감동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서울 야외도서관 책마당에 마련된 소설가 한강 특별 전시에서 시민들이 한강의 책을 읽고 있다. 뉴시스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서울 야외도서관 책마당에 마련된 소설가 한강 특별 전시에서 시민들이 한강의 책을 읽고 있다. 뉴시스

정여울은 한강 이후 다른 문학 장르에서도 제2, 제3의 한강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학 작품이 소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 에세이, 희곡도 있다"면서 "온라인 서점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많아진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문학이라는 것이 정말 머나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읽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 항상 함께하면서 언제나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느끼고 더 오랜 시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여울은 한강의 작품들을 '소년이 온다'-'채식주의자'-'작별하지 않는다'-'흰' 순서로 읽기를 권했다. 또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 '전작(全作)주의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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