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의문사' 나발니 회고록 22일 출간
귀국한 이유에 "조국 포기하고 싶지 않아"
유머도 여전… "옥사하면 책은 잘 팔릴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며 정치적 탄압을 겪다가 올해 2월 감옥에서 숨진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신의 옥사를 예감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요커·영국 런던타임스가 이달 말 발간될 예정인 나발니의 회고록 발췌문을 입수해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나발니는 2022년 3월 22일 "나는 남은 생을 감옥에서 지내다가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이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던 나발니에게 러시아 법원이 '9년의 형기'를 새로 추가한 당일의 발언이었다.
나발니는 자신이 세운 반(反)부패 재단을 통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폭로한 인물이다. 구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2021년 망명 생활을 접고 러시아로 귀국한 뒤 체포됐다. 러시아 사법 당국은 나발니를 투옥한 이후에도 극단주의, 사기 등 혐의로 형량을 계속 늘렸다.
나발니는 결국 지난 2월 감옥에서 47세 나이로 의문사했다. 지난해 12월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최북단 교도소로 이감된 지 두 달 만이었다.
나발니는 회고록에 "작별 인사를 할 사람도 없고, 모든 기념일은 내가 없는 채로 보내게 될 것이다. 나는 결코 내 손자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거짓말쟁이와 도둑, 위선자 무리에게 약탈되도록 우리의 조국을 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망 한 달 전인 올해 1월 17일에는 '왜 러시아로 돌아왔느냐'는 동료 죄수와 교도관들의 질문에 "나는 내 나라를 포기하거나 배신하기를 원치 않는다. 신념에 의미가 있으려면 그것을 위해 일어서고 필요하다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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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예감한 상태에서도 나발니의 '유머 감각'은 여전했다. 그는 자신이 변호사와 추가 형기 예상 내기를 했다며 "7, 8년을 점친 내가 이겼다"고 적었다. 러시아 고위층에 의해 암살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만약 그들이 날 친다면, 내 가족은 (사후 회고록 발간으로) 선급금과 인세를 (넉넉히) 받을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화학무기가 쓰인 암살 시도에 이어 옥중에서의 비극적 죽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안 팔린다면 다른 무엇이 책을 팔리게 할지 상상하기 힘들다"며 "이 이상 마케팅 부서가 요구할 만한 게 있겠느냐"고도 했다.
나발니의 회고록은 '애국자'라는 제목으로 오는 22일 미국 출판사 크노프트를 통해 출간된다. 그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지난 4월 출판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회고록이 11개 언어로 번역됐다며 "확실히 러시아어로도 출간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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