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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창고'서 68억 현금이 사라졌다… 누가, 왜, 하필 거기 보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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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창고'서 68억 현금이 사라졌다… 누가, 왜, 하필 거기 보관했을까

입력
2024.10.11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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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형 창고 거액 분실 미스터리]
40대 창고 관리인 절도 혐의 등 체포
공범 여부·자금 출처 추가 수사 예정
40억 압수… "정확한 피해금 확인 중"

서울 송파경찰서는 보관 서비스 업체에 맡긴 수십억 원의 현금을 훔쳐 달아난 직원 40대 남성 A씨를 지난 5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피해 신고 금액은 68억 원에 이른다. 사진은 현금계수 후 정리한 모습. 송파경찰서 제공

서울 송파경찰서는 보관 서비스 업체에 맡긴 수십억 원의 현금을 훔쳐 달아난 직원 40대 남성 A씨를 지난 5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피해 신고 금액은 68억 원에 이른다. 사진은 현금계수 후 정리한 모습. 송파경찰서 제공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인근 한 창고에서 40억 원을 빼돌린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창고에 있던 68억 원이 사라졌다는 피해자 신고가 접수된 지 3주 만이다. 알고보니 40대 남성은 이 창고 관리인이었다. 이 남성을 포함해 3명이 입건된 가운데 ①서울 한복판 창고에 있던 수십억 원의 출처 ②이런 거액을 은행 등이 아닌 창고에 보관한 이유 등에 관심이 쏠린다. 이 창고는 현금 등을 보관하는 금고형 창고가 아니라 캠핑용품, 이삿짐 등을 취급하는 일반 무인 임대형 창고다. 경찰은 해당 자금이 범죄수익금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압수한 현금 40억 원가량도 출처가 명확히 확인될 때까지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 "공범관계, 피해금 출처 계속 수사"

경찰이 피의자가 현금 수십억 원을 훔쳐 보관 중이던 창고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송파경찰서 제공

경찰이 피의자가 현금 수십억 원을 훔쳐 보관 중이던 창고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송파경찰서 제공

10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열었다. 지난 5일 40대 남성을 검거한 뒤 닷새 만이다.

이 사건 등장 인물은 3명이다. 먼저 주인공급인 40대 남성 A씨. 그는 임대형 창고를 운영하는 업체 본사에서 기획·보안 관련 업무를 맡았던 팀장급이다. 장물죄 혐의로 함께 입건된 60대 여성 B씨는 A씨 모친이다. 아들이 훔친 현금을 함께 운반하고 다른 곳에 보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B씨는 "훔친 돈인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A씨는 3차에 걸쳐 거액을 이동시켰다. 지난달 12일 오후 7시쯤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21분쯤까지 약 6시간 동안 창고에 침입해 돈을 빼내 옆 창고로 옮겼다. 이틀 뒤 이 돈을 창고 외부 또 다른 곳(경찰은 피의자 자택으로 추정)으로 빼돌렸다. 이후 모친 B씨의 도움을 받아 같은 달 28일 다시 경기 부천 소재 다른 창고에 옮겼다. 부천 창고는 B씨 지인이 관리하는 건물로 과거 화장실이었는데 현재는 폐쇄돼 사용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창고 임대업체 관계자라 이른바 '마스터 비밀번호'로 피해자 창고에 접근했다. 범행에 앞서 지난달 8일과 10일, 창고를 방문했는데, 경찰은 범행을 위한 사전답사로 의심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선 "8일에 업무상 창고를 점검하다 돈이 담긴 여행가방 지퍼가 열린 걸 보고 범행에 이르렀다"고 동기를 진술했다. 그러나 충동적이라기엔 계획 범죄 정황도 적잖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복도 폐쇄회로(CC)TV 영상이 범행 시점부터 정전됐고, 이전 기록들은 다 삭제됐다. 경찰은 A씨가 CCTV를 고의로 손상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야간방실침입절도 등의 혐의를 달아 11일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인데 추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여기서 또 다른 인물이 나온다. 30대 여성 C씨다. C씨는 피해자의 지인이다. 지난달 5일과 8일, 두 차례 피해자 지시로 금고에서 돈을 갖고 나왔다. 그리고 같은 달 26일 또 피해자 지시를 받고 창고에 들러 돈이 든 여행가방 1개를 집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여행가방엔 돈이 아닌 A4용지가 가득 있었다. C씨는 피해자에게 알렸고, 피해자 측은 창고에 가서 나머지 여행가방 5개에도 현금 대신 A4용지만 있는 걸 확인했다. 일부 A4용지엔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는 바로 다음 날 새벽 경찰에 "68억 원이 사라졌다"고 신고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C씨에겐 별 다른 혐의점이 없다. A씨와 C씨도 서로 "모르는 관계"라고 지인 관계를 부인한다. 하지만 경찰은 C씨 진술이 번복되는 점 등을 고려해 일단 절도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인물은 서울 한복판 창고에 거액을 보관한 피해자다. 피해자가 자신의 직업을 자영업자라고 진술했다는 것 외엔 정확한 신원에 대해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이 밖에 피해자가 잃어버렸다는 돈과 피의자가 훔친 돈에 약 28억 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도 경찰 추가 조사로 규명될 전망이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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