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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지우학 교복 좀비' 튀어나오자 비명 꺅, 처음 본 사이도 끈끈해지더라

입력
2024.10.10 0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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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2024 블러드시티' 가보니
넷플릭스 지우학·기묘한 이야기와 협업
익숙한 장면 그대로 구현, 몰입감 키워
"11월 17일까지, 새로운 스릴과 재미"

에버랜드가 매년 가을마다 선보이는 공포 체험 공간 블러드시티의 입구. 올해는 넷플릭스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 '기묘한 이야기'와 협업을 했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가 매년 가을마다 선보이는 공포 체험 공간 블러드시티의 입구. 올해는 넷플릭스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 '기묘한 이야기'와 협업을 했다. 에버랜드 제공


7일 오후 에버랜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 중 하나인 티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알파인 빌리지 분위기는 스산했다. 에버랜드 명물인 교복을 빌려 입은 방문객 중 어떤 이는 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 공포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마냥 얼굴에 상처가 난 사람도 보였다. 티익스프레스를 즐기려는 10~30대의 들뜨고 설레는 표정만 가득한 이곳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에버랜드 사파리 월드 바로 옆의 알파인 빌리지가 매년 9월 초~11월 중순 공포체험 공간인 '블러드시티'로 탈바꿈하길 8년째. 올해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과 '기묘한 이야기'의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공포 콘텐츠로 큰 인기를 얻었던 두 작품을 활용하면 방문객 호기심을 더 자극할 것이라는 에버랜드의 기대는 맞아떨어졌다.

넷플릭스 로고를 중심으로 양옆에 지우학, 기묘한 이야기가 적힌 블러드시티 입구를 지나자 지우학 배경인 3층 높이의 효산고등학교가 나왔다. 넷플릭스를 접속할 때 흐르는 '두둥' 소리를 신호로 수업 종소리와 좀비 목소리가 학교 앞을 메웠다. 이 소리를 들으며 바라본 학교 외벽에는 곳곳마다 핏자국이 있었다. 지우학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효산고를 탈출하려는 학생들의 사투가 떠오를 법했다.

효산고와 이어진 20m 정도의 간이 터널 끝엔 더 넓은 지우학 무대가 나타났다. 폐허가 된 효산 시내를 중심으로 공연장, 효산고 교복 대여점, 좀비 분장을 할 수 있는 효산고 미술실이 펼쳐졌다. 여기에선 매일 지우학 라이브 공연, 좀비와의 포토 타임이 열리기도 한다.



티익스프레스 가는 길에, 웬 좀비가


에버랜드가 넷플릭스와 협업해 꾸민 블러드시티 모습. '지금 우리 학교는' 배경인 효산고등학교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가 넷플릭스와 협업해 꾸민 블러드시티 모습. '지금 우리 학교는' 배경인 효산고등학교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에버랜드 제공


좀비에게 물린 효산고 학생처럼 피 묻은 교복에 얼굴 상처 분장까지, '좀비 풀세트'를 갖춘 김승재(28)씨는 "지우학으로 채운 이 공간은 친구들과 함께 에버랜드를 방문한 이유 중 하나"라며 "원래 공포 콘텐츠를 좋아해 경험할 수 있는 건 모두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공포감을 주는 곳은 단연 '호러메이즈'였다. 에버랜드는 평소 실내 미로 탈출 놀이시설로 운영하는 호러메이즈 내부를 지우학 속 오싹한 장면들로 꾸몄다. 기자를 포함해 조를 이룬 다섯 명이 밧줄 하나를 붙잡고 랜턴 불빛에 의지해 어두컴컴한 효산고로 들어갔다.

으스스한 양호실, 도서관, 과학실 등을 지나는 내내 무서운 분위기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좀비'에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겨우 빛 한 줄기가 보이는 출구를 찾자 밧줄로 연결된 일행은 초면임에도 그 순간만큼은 끈끈해졌다. "괜찮으세요?"라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깔깔깔 웃어댔다.

기묘한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공간도 극 배경인 1980년대 미국 쇼핑몰 '스타코트몰' 등으로 꾸몄다. '호러'를 강조한 지우학과 비교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기묘한 이야기의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긴장을 풀고 즐기기 좋은 곳이었다.


넷플릭스와 뭉치며, 진화한 블러드시티


에버랜드 블러드시티에서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 나오는 학생 좀비가 방문객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 블러드시티에서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 나오는 학생 좀비가 방문객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가 2010년 호러빌리지를 통해 국내 테마파크 가운데 앞서 선보인 호러 콘텐츠는 2017년 블러드시티를 내놓으면서 확장했다. 2022년, 2023년엔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에미상을 수상했던 채경선 미술감독과 협업해 음산하고 압도적인 분위기의 블러드시티를 연출해 화제를 얻었다.

올해 블러드시티는 넷플릭스와 힘을 합치면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에버랜드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로 만들 때보다 더 큰 몰입감을 주기 위해 지난해 말 넷플릭스와 접촉해 이번 협업을 이끌어냈다. 박주현 에버랜드 파크기획그룹장은 "지우학, 기묘한 이야기의 장면을 표현하는 미술 작업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구현한 게 수많은 체험 후기, 인증 사진 등 뜨거운 고객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블러드시티 사례처럼 외부 지식재산권(IP)과 협업에 공들이고 있다. 올해 봄 헬로키티 등을 보유한 '산리오캐릭터즈'와 함께 튤립축제를 진행한 게 대표적이다. 전 연령대에서 두루 인기를 얻고 있는 산리오캐릭터 효과로 튤립축제 기간 동안 에버랜드 방문객은 전년 대비 약 20% 늘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함께 만든 블러드시티는 11월 17일까지 만날 수 있다"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스릴과 재미를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배경인 1980년대 미국을 재연한 에버랜드 블러드시티. 에버랜드 제공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배경인 1980년대 미국을 재연한 에버랜드 블러드시티. 에버랜드 제공



용인=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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