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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메시처럼… 손흥민의 은퇴를 바란다

입력
2024.10.02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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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9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9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리오넬 메시가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메시는 "나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커리어는 끝났다. 난 이제 지쳤다"며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벗겠다고 했다. 당시 29세로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던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에 아르헨티나는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메시의 은퇴 이유는 2016 코파 아메리카 우승 실패다. FC바르셀로나에서 모든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메시에게 단 하나 없는 것이 있었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였다. 절실했던 우승 실패로 상실감이 컸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근본적 이유는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였다. 당시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공금 횡령과 회장 선거 비리로 얼룩졌다. 여기에 자국 중계권 횡령 사태까지 겹쳤다. 추락할 대로 추락한 위상이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축구협회는 재앙"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아르헨티나는 난리가 났다. 아르헨티나 전역에 ‘떠나지 마, 리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국민들은 거리에서 축구협회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일부 팬은 축구협회에 "폭탄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메시를 설득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아르헨티나의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강도 높은 정부의 조사는 계속됐다. 결국 2014년부터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를 이끌었던 루이스 세구라 회장은 축구협회장직을 내려놓았다.

대표팀에 복귀한 메시는 2021 코파 아메리카에서 자신의 첫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를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6년 메시가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2022년 12월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골든볼을 품에 안은 채 월드컵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루사일=로이터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2022년 12월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골든볼을 품에 안은 채 월드컵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루사일=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국회 문체위 현안 질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무능한 모습만 적나라하게 부각했다. 그는 단 한 번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 '오해일 뿐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질문에 맞지 않는 설명을 늘어놓거나, 같은 답만 반복했다. "역사가 평가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궤변만 내놓았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문성 해설위원이 "자정할 능력도 없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문체위 현안 질의는 냉정히 보면 별 소득은 없었다. 2일 문체부가 홍 감독 선임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22일 국정감사에서는 한국 축구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축구협회가 환골탈태하고 정 회장이 4연임 도전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16년 메시가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의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바란다. 이강인의 은퇴를 소망한다. 적어도 이들이 '정몽규 OUT'이라도 외치기를 희망한다.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인 이들만이 축구협회에 변화와 개혁을 가져올 마지막 희망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한국 축구는 명확하게 한계선에 다다랐다. 2016년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한국에는 확실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축구판 흙수저'로 불리던 이정효 광주FC 감독의 발언을 축구인들과 팬들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이렇게 월드컵에 나가서 뭐 할 것인가. 대충 수습하고 넘어가면 또 벌어진다. 먼저 쇄신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 건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짚은 다음에 일을 하는 게 맞다. 우리도 월드컵 우승을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나."

김기중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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