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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8일까지 추계위원 추천해달라" 의협 "내후년 감원이라도 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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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8일까지 추계위원 추천해달라" 의협 "내후년 감원이라도 보장을"

입력
2024.09.30 19:50
수정
2024.10.01 10:4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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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장관 "의사인력 추계위 연내 출범"
전공의에 사과... "정부 믿어달라" 호소
의협 "정부 사과와 신뢰할 입장 변화를"
'내년 증원 백지화' 기존 요구보다 전향적

이달 6월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이달 6월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사 인력의 적정 규모를 분석하기 위한 '의사 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를 연내 구성하기로 하고 의사계에 다음 달 18일까지 추계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위원 과반을 의사단체 추천 인사에 배정하고 위원장은 중립적 인사로 인선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사과와 입장 변화를 대화 참여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도 "내년도 의대 증원을 강행할 거라면 내후년엔 의대 감원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전보다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복지장관 "연내 의사 수급추계위 출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열고 "올해 안에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산하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추계위는 중장기 의료수요를 고려한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로, 직종별로 설치하되 우선 의사와 간호사 추계위부터 구성한다. 각 직종 추계위는 직역단체가 위원 과반을 추천하도록 하고, 추계위 안은 보건의료정책 관련 법정 최고 의결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를 를 거치게 된다.

의사 추계위와 관련해 조 장관은 "추계위원은 전문가 13명으로 구성하되 의사단체에서 7명을 추천받아 과반수가 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추천을 받을 단체로는 전공의·의대생·의대교수·병원 단체 10곳을 거명했다. 나머지 위원 6명 중 3명은 환자·소비자 단체, 3명은 관련 연구기관 전문가가 각각 추천한다. 위원장은 연구기관 추천 위원 가운데 위촉해 중립적인 위원회 운영을 도모한다.

위원 추천은 다음 달 18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조 장관은 "의료계는 전제 조건이나 사전적 의제를 정하지 말고 여야의정 협의체와 의개특위에 참여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가 요구해온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검토에는 "이미 대입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에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생각하면 미안" 장관 사과도

이날 조 장관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향해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의정 갈등 국면에서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에게 미안하다고 한 건 처음이다. 그는 "의료현장의 어려움이 7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며 "보건의료정책 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이제는 의정 갈등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의정간 신뢰 회복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믿어주기 바란다"며 "정부는 그간 누적된 의정 간 불신을 허무는데 최선을 다하겠으니 의료계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의사계에 여야의정 협의체와 의개특위·추계위 참여를 요청하면서도 두 의정대화 기구의 성격을 구분하기도 했다. 그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당장의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고, 추계위는 장기 의료개혁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기구로 상호 보완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추계위가 꾸려진 뒤 추계 모형, 변수를 결정해야 하므로 당장 몇 년도 의대 정원 결과부터 내놓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의협, '내년 증원 철회' 대화 조건 폐기?

의협은 이날 보도자료와 브리핑을 통해 추계위 참여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오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선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해 의료 대란을 초래한 거에 먼저 사과해야 한다"며 "의료계가 신뢰할 수 있는 협의에 임할 수 있도록 분명한 입장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한 모든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후 브리핑에서 최안나 대변인은 "정부는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하자면서도 내년 증원은 철회할 수 없다고 한다"며 "2025학년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026학년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설명대로 이미 입시 절차가 진행돼 내년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내후년 의대 정원을 도로 줄여 조정할 여지를 열어달라는 것인데, 내년 증원 재검토 없이는 대정부 대화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협은 의정대화 기구 참여에 필요한 추가 조건도 제시했다. 추계위에 대해선 "의사들이 참여하는 게 자문기구일 뿐이고 보정심이 최종 의결을 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며 추계위를 의결 기구로 격상하고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선 "2020년 9·4 의정 합의처럼 버려지지 않으리란 신뢰가 있어야 들어간다"고 밝혔다. 9·4 의정 합의는 코로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중단하고 이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합의를 뜻한다.

최 대변인은 조 장관 사과에 대해 "충분한 사과는 아니다"라면서도 "의사 악마화에 몰두해온 정부가 전공의에게 미안한 마음을 처음 표현한 것은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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