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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이유 없이 2, 3개월 내 몸무게가 10% 이상 줄었다면…

입력
2024.09.30 17:40
수정
2024.10.02 15: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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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별다른 이유 없이 2, 3개월 이내 몸무게가 10% 이상 줄었다면 췌장암이 아니라도 몸에 악성 종양을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별다른 이유 없이 2, 3개월 이내 몸무게가 10% 이상 줄었다면 췌장암이 아니라도 몸에 악성 종양을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췌장암은 고약한 암이다. 암 발생률은 8위이지만 5년 생존율은 15%에 그치고 있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데다 진단했을 때에는 수술하기 어려운 3, 4기가 대부분(85%)이기 때문이다. 췌장암 진단·치료·항암 기법 등이 다행히 좋아지면서 불치병처럼 여겨졌던 췌장암도 치료해 볼 만한 병이 되고 있다.

‘췌장암 전문가’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췌장암 고위험군인 사람은 평소 꾸준히 추적한다면 비교적 빠르게 진단할 수 있고 췌장암이어도 치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췌장암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암의 유일한 완치법은 수술인데, 첫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15%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췌장암(3, 4기) 환자가 85%나 된다. 진행성 췌장암 중에서 원격 전이가 있는 4기 환자는 50%이고, 원격 전이는 되지 않았지만 혈관 침범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국소 진행성(3기) 환자는 35% 정도다. 이렇게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증상이 없고, 위 내시경검사나 복부 초음파검사처럼 접근성이 좋은 진단법이 마땅치 않고, 혈중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가 없기 때문이다. 흔히 알려진 ‘CA19-9’는 췌장암이 어느 정도 진행돼야 알 수 있기에 조기 진단이 어렵다.

둘째, 암 생물학적 특성 자체가 공격적이고 사납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작은 병변이어도 미세 전이가 있을 때가 비일비재하다. 근치적 수술을 성공해도 재발이 다른 암보다 높다. 셋째, 종양 미세 환경이 워낙 좋지 않기에 항암 등 치료에 저항성이 있다. 췌장암 내부는 암세포 주위를 마치 덩굴처럼 섬유세포가 감싸고 있고, 혈류도 좋지 않기에 항암제가 도달하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 각광받는 면역 항암제도 암세포 주위에 ‘군대에 해당하는’ 염증세포(림프구)가 충분해야 하는데, 췌장암은 이것도 아주 적다.”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나.

“췌장암만 특정한 증상이 없을 뿐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급격한 체중 감소다. 2, 3개월 이내 별다른 이유 없이 기력이 없고 몸무게가 10% 이상 줄었다면 췌장암이 아니라도 몸에 악성 종양을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 다만 췌장암으로 인해 이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3, 4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로 복통이나 등 통증이다. 일반적인 소화불량과 다른 통증이나 기분 나쁜 등 통증이 있다면 췌장암일 때가 드물게 있다. 세 번째로 황달이나 갈색뇨다. 이는 췌장 종양이 담도를 막고 있어서 발생하는 것으로, 다른 증상과 다르게 췌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도 있다. 네 번째로는 중년 이후에 갑자기 발생한 당뇨병, 혹은 기존 당뇨병이 있는데 갑자기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다. 물론 이런 증상이 모두 췌장암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한 번쯤 복부 CT 검사받기를 추천한다.”

-췌장암 원인은.

“첫 번째는 흡연이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거의 모든 암에 관여하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도 발병 원인의 20~30%가 흡연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췌장암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고, 간접흡연도 조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과음이다. 정확히는 음주 자체가 췌장암의 위험 인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췌장암의 가장 큰 고위험 요소인 ‘만성 췌장염‘이 장기간 음주에서 비롯되기에 잦은 음주는 간접적으로 췌장암 위험 인자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장기간 조절되지 않는 혈당이다. 빵·떡·면·액상과당 등을 자주 먹어 소위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상황을 자주 만들고 췌장을 혹사시키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지고 장기적으로 췌장 건강에 좋지 않다.”

-고위험군 환자라면 진단 검사를 자주 하는 게 좋은가.

“췌장암은 빠르게 진행되기에 1년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가 갑자기 진행성 췌장암이 될 때가 흔하다. 그런다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3, 4개월마다 복부 CT 검사를 하는 건 방사선 노출이나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이를 해결하고자 ‘진짜 고위험군’을 선별해 이들만이라도 정기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전략이 나왔다. 선별된 인구 집단만이라도 CT·EUS·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정기적으로 검사해 현재 15% 정도인 조기 진단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려 완치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자주 검사하는 CAPS(Cancer of the Pancreas Screening) 컨소시엄이라는 다기관 연구 코호트를 운용하는데, 최근 10년간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다.

췌장암 고위험군은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이 췌장암을 앓거나 △췌장암 유발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췌장암을 동반하는 유전 증후군이 있거나 △만성 췌장염이 있거나 △‘위험 징후를 동반한’ 췌장 낭성 종양이 있을 때를 말한다. 따라서 전문가에게 고위험군 여부를 알아본 뒤 고위험군이라면 검사를 자주 하는 게 좋다.”

-고위험군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우선 가족력이다. 직계 가족이 췌장암에 걸렸다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췌장암 발병 위험이 약간 높아지는 건 맞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유의미하게 보는 경우는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이 췌장암인 경우다. 가족 1명이 췌장암에 걸렸다고 다른 가족들도 미리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

두 번째는 흔히 췌장암 전 단계로 알려진 췌장 낭성 종양이다. 췌장 낭성 종양 중에서는 크기의 지속적 증가, 주췌관 확장 등 위험 징후를 동반한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실제로 췌장암의 고위험군이 맞다. 그러나 위험 징후를 동반하지 않은 낭성 종양이 훨씬 많다. 이처럼 ‘순한’ 췌장 물혹은 췌장암 발병 위험도 매우 낮고 대부분은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면 이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평생 잘 살았을’ 분이다. 그런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복부 MRI 검사가 크게 늘어나 5㎜ 이하의 매우 작은 물혹을 발견하고는 겁에 질려서 병원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 과잉으로 인한 걱정 과잉’의 시대인 셈이다. 같은 췌장 물혹이라도 위험 징후가 있는지 없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복통, 등 통증, 당뇨병 등의 위험 징후다. 췌장암에 걸리면 해당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모두 췌장암인 것은 아니다. 당뇨병의 예를 들면 췌장암 환자 중에서 갑자기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을 겪는 경우는 20~30% 이상이지만 반대로 갑자기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 중 그 원인이 췌장암인 경우는 1%가량이다. 등 통증도 마찬가지로 등이 아프다고 모두 췌장암이라면 이 세상은 췌장암 천지일 것이다. 증상이 있다면 차분히 검사를 받되 과도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외래 진료를 보다 보면 과잉 검사에 의한 ‘심리적 고위험군’ 환자가 많다. 발병 가능성도 극히 낮은데 불필요하게 미리 걱정부터 하면 건강에 오히려 좋지 않다. 그러므로 ‘걱정의 에너지’를 금연·절주·건강한 식습관·운동 등의 기본 건강수칙 준수에 쏟고, ‘진짜 고위험군’ 환자라면 꾸준히 추적 관찰을 하는 게 건강 장수의 지름길이다.”


-췌장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췌장암이 치료가 어려운 암은 맞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치료를 잘 받고 관리를 잘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우선 가장 첫 번째 알아둘 것은 ‘4기와 말기는 다르다’는 점이다. 췌장암 4기를 진단받은 환자는 본인을 말기 암 환자라고 여기며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말기는 췌장암의 거의 끝 단계로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4기는 범위가 더 넓어 완치하기 힘들더라도 치료가 가능한 암이다.

둘째,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으로 근육량을 지켜야 한다. 고기를 먹으면 암세포가 해당 영양소를 빼앗아 성장한다고 채식만 하는 환자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잘못된 속설이다. 항암 치료이든지 수술이든지 치료를 잘 받고 회복을 빠르게 하려면 적절한 근육량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적정량의 고기를 잘 먹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기본에 충실하자. 췌장암은 치료가 힘들다고 기적을 바라는 마음에서 신묘한 치료를 찾는 환자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는 몸 상태를 더 좋지 않게 만들거나 간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기본에 충실한 제도권 치료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생각과 가족간 유대, 적절한 식사가 동반된다면 췌장암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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