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성추행 혐의 조사 받은 60대 남성
다음 날 편의점에서 칼, 망치 등 휘둘러
'묻지마 범죄' 조짐 있어도 관리 어려워
이웃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입건된 60대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 편의점에 들어가 점주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가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이전부터 동네에서 위협적인 돌발 행동을 일삼은 '트러블 메이커'였고, 장기간 주민들의 민원을 양산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남성과 같은 이상동기 범죄자(묻지마 범죄자)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성추행 다음 날 흉기 난동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특수폭력 및 특수협박 혐의로 60대 김모씨를 9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김씨는 2일 오후 3시쯤 서대문구 한 편의점에서 점주에게 망치를 수차례 휘둘렀고, 도망치는 피해자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기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는다. 점주의 저항이 계속되자 김씨는 자택에서 주방용 식칼 2점과 과도 1점을 가지고 범행 현장으로 돌아와 피해자를 위협했다.
대치가 이어지던 중 시민들의 만류로 김씨는 흉기를 현장에 놓고 도주했고, 사건 발생 20분 만에 검거됐다. 당시 김씨는 또 다른 흉기 1점을 품고 있었다. 피해자와 목격자 등에 따르면 김씨는 최근 1년간 편의점에 찾아와 한여름에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열어놓거나 크게 고함을 치는 등 영업을 방해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제발 그만 찾아와 달라"고 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흉기 난동 바로 전날인 1일 김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1일 오전 7시 30분쯤 자택 앞 골목을 지나가던 70대 여성을 집 안으로 들어오도록 유인해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간신히 도망친 피해자의 신고로 김씨는 경찰에 붙잡혔고, 이날 불구속 입건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편의점에서 두 번째 범행을 벌인 것이다.
묻지마 범죄 전조 있어도...
김씨의 연속 범행은 △동기가 불분명하거나 △피의자가 피해자와 관련이 없거나 △범죄 행태가 비전형적인 일종의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된다. 이러한 유형의 범죄에는 통상 경찰 신고나 민원과 같은 전조가 따르는데, 김씨 역시 평소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거나 이웃이 인사를 건네도 욕설을 하며 위협하는 등 이상행동을 일삼았다. 그와 관련한 민원이 주민센터 등에 다수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뤄진 조치는 별도로 없었다고 한다. 민원이 다수 접수된다고 해도, 이상행동을 보이는 이를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장치의 한계가 뚜렷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복지사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뢰해 평가를 하고, 자·타해 위험성 등이 높다고 판단되면 지속적 관리가 가능하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당사자 동의 없이는 검사·상담·치료를 시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거부할 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총 53건이다. 그리고 이 중 김씨의 사건과 같은 상해(30건)와 폭행(12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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