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믿음 : 무속 대해부>
무종교인 증가·불확실성 커진 게 원인
영화·예능 소재로… 부정적 인식 감소
"불안 이용한 가스라이팅 범죄 주의를"
편집자주
하늘과 땅을 잇는 원초적 존재, 무당은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범죄의 온상이 될 때도 있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한국일보는 석 달간 전국의 점집과 기도터를 돌아다니며 우리 곁에 있는 무속의 두 얼굴을 조명했다. 전국 어디에나 있지만, 공식적으론 어디에도 없는 무속의 현주소도 파헤쳤다.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은 무속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모색했다.
한국 샤머니즘인 무속(巫俗) 신앙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 '파묘'가 흥행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골 소재로 자리매김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줄어들었다. '미신' '호환마마' 등으로 치부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무당에게 보는 신점은 '스낵 컬처'(간편한 소비)가 됐고, 일각에선 종교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종교 전문가들은 무속의 확산 배경으로 무(無)종교인의 증가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무속이 기성 종교를 완벽히 대체하는 건 아니지만 생활 속 종교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2023 한국인 종교 현황'에 따르면, 무종교인은 20년간(2004~2023년) 19.9%포인트(43.0%→62.9%) 증가했다. 19~29세의 85%, 30대의 81%가 무종교인일 정도로 젊은 세대에서 특히 많았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기성 종교의 경우 위로·치유 기능은 명상과 현대 의학으로, 규범과 윤리는 법과 제도로 대체되면서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며 "기성 종교가 강하면 무속은 그 안에 녹아들지만, 기성 종교의 영향이 약해지면 우리 삶에 녹아든 무속의 본모습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무속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진학·취직·승진·사업 등 선택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점복을 통해 위로를 받으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점치는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해온 점복문화연구소 염은영 소장은 "승자 독식 사회에선 누구나 패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며 "불확실성과 개인주의가 맞물리면서 점복 행위가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1대1 맞춤형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점집을 찾는 이유로 꼽힌다. 무속 신앙에는 다양한 신들이 존재하고, 기성 종교처럼 교리와 규범이 없어 탈권위적이다. 김동규 서강대 K종교학술확산연구소 연구교수는 "MZ세대가 무당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성 종교와 달리 진리가 독점되지 않는 자유로움 때문"이라며 "무속을 일종의 설명 체계로 보고 이상한 일들에 대해 해석하는데, 나름 설득력이 있어서 고통이 해소되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무속이 각종 매체를 통해 안방까지 파고들 정도로 친숙해지면서 어두운 면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신도를 대상으로 한 사기, 폭행, 성범죄 등이 이어지고 있고, 가스라이팅 피해자도 늘어나고 있다. 성 교수는 "무당의 점사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신도들에게 윤리적 얘기를 해줘야 한다"며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무속인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
팀장 : 이성원 기자
취재 : 손영하·이서현 기자, 이지수·한채연 인턴기자
사진 : 하상윤·정다빈 기자
영상 : 김용식·박고은·박채원 PD, 김태린 작가, 전세희 모션그래퍼, 이란희·김가현 인턴PD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굿판을 걷어차다
사람 잡는 무속
기도터 가는 이유
산업화된 점집
시대와 공존하려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둘러보세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