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 등 동시 교체
"경제연구소 부소장 당 관련 발언 정치적 파장"
중국 정부 최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CASS)의 지도부 9명이 최근 동시 교체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 연구원의 중국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숙청 바람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23일 "중국사회과학원이 지난 20일 열린 업무 심포지엄을 통해 9명의 새로운 학술 구성원을 주요 직책에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가오샹 사회과학원장은 이날 9명의 명단을 발표하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의 요구에 따른 사회과학원 운영",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면밀한 연구", "중국공산당에 대한 절대적 충성의 모범이 될 것" 등을 당부했다.
교체된 인원에는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를 이끌어 온 황췬후이 전 소장과 주헝펑 전 부소장, 왕리민 전 당서기 등이 포함됐다. 사회과학원의 핵심 연구소 중 하나인 경제연구소 지도부 3인방을 한꺼번에 교체한 것이다. 관영 학술기관이라도 연구소 지도부가 사실상 전원 교체된 것은 이례적이다.
홍콩 성도일보는 "주헝펑 전 부소장이 최근 당중앙에 대한 망언 혐의로 엄중 처분을 받았다"며 "당을 향한 그의 망언이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주 전 부소장 발언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가 중국 정부의 경제·사회보장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게 당 지도부에 보고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인민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주 전 부소장은 미시경제학과 보건경제학을 연구했다. 최근엔 공공정책연구센터 주임을 겸임하며 의료 서비스 제도 등을 다뤄왔다.
현재 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는 황췬후이 전 소장 등이 동료 연구원으로 소개돼 있는 반면 주 전 소장에 대한 소개는 물론 그의 논문·보고서들도 모두 삭제된 상태다. 그에 대한 정치적 숙청 작업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연구 인력만 3,000여 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학술기관이다. 글로벌 싱크탱크 경쟁력 평가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중국공산당의 '당교'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문가들을 인용, "사회과학원은 1980년대 이후 개혁·개방 시기를 거치며 서방 경제학의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현재는 사상 통제 영향으로 "사회과학원 학자들은 제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도일보는 "10여 년 전 간첩 사건 이후 사회과학원에서 '정치적 풍파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2009년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장이었던 진시더와 한국연구소 연구원 리둔추를 체포한 적이 있다. 이들은 남북한과 일본에 중국 내부 정보를 누설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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