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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밸류업 성공? "주가 낮춰 이익 누리는 소수 지배주주, 바뀌어야"

입력
2024.09.23 11:00
수정
2024.09.23 11: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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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밸류업, 무너진 국장]
'거수기' 비판 이사회 전문성·독립성 강화
전자투표 의무화 등 주주 압력 높일 필요
"과도한 주주환원 매몰은 기업 성장 저해"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이 5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일본의 밸류업 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이 5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일본의 밸류업 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다수 소액주주가 소수 지배주주와 대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 전문가들이 말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성공의 열쇠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의 조너선 파인스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올해 초 한국과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교하면서 “기업이 옳은 일을 하도록 설득하는 ‘소프트’한 접근 방식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는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이 거의 없고, 지분율 이상의 과도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지배주주 집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재벌 기업이 이른바 ‘거수기 이사회’를 앞세워 지배주주에 유리한 판단을 해왔고, 심지어 주가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한국 기업 특유의 강한 오너십을 미국, 일본 등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밸류업이 성공하려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돼야 하는 건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10년 전인 2014년부터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적극 추진했다”며 “순환출자 문제 해소와 함께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실효성 있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가 충실의무와 주의의무 등 본연의 책임을 다하도록 법 제도를 보완해야 하고, 주가와 연동된 상속세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다수 소액주주 이해를 경영에 반영하도록 주주 압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지배주주와 기업, 다수 소액주주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소통하고 있다”면서 “기업이 돈을 맡긴 투자자들을 더 신경 써야 한다. 주주총회의 주요 사안에 대해 전자투표를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소액주주 이익이 훼손됐을 때 집단소송을 통해 견제할 수 있어야 주주 친화적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는 주총에 참석하기조차 어려운데 이들과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 지표 달성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 단기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수 있는 주주환원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과도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하면 기업 성장이 저해되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는 낮아진다”고 꼬집었다. 김 센터장도 “기업이 자기 상황을 고려해 장기 가치를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여건이 되는 대표 상장사(프라임마켓)에 책무를 부여한 일본처럼 대상을 좁히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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