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장여건 진단팀 결과보니]
상반기 접수사건 61만건, 전년比 37.6%↑
악성민원 증가에 민원부서 교체율도 41%
지역별·부서별 인력 불균형… 심각한 수준
고질적인 인력난과 업무량 과중에 현장 불만이 높아지자 경찰이 대대적인 '수술'에 나선다. 지난해 고소·고발 반려제도 폐지로 경찰관 1인당 담당하는 사건이 40% 가까이 늘어난 데다 부서별, 지역별로 업무량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치안수요를 분석해 전면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한편 수사 효율·간소화를 통해 일선 경찰관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이다.
20일 경찰청은 '현장근무여건 실태진단팀(TF)'의 진단 결과를 토대로 △업무부담 경감 △현장 대응역량 강화 △인력운영 합리성 제고 △성과보상 확충 등을 뼈대로 한 현장 근무여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일선 경찰관들이 업무 과다 등을 호소하며 잇따라 사망하자 경찰은 지난 7월 TF를 구성해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진단 결과에 따르면 일선서 통합수사팀은 쏟아지는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느라 업무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전국 경찰서 접수 사건은 61만8,900건으로, 지난해 동기(44만9,285건) 대비 37.6%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고소·고발 반려제도가 폐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민원부서에서 전출을 요청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폭언, 협박 등 악성민원 탓이다. 지난해 민원인 위법행위는 1만323건으로 전년(5,218건)대비 2배, 2021년(2,997건)에 비해선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경찰서 청문민원관리팀 581명 중 41%인 236명이 교체됐고, 교통민원실 공익신고 담당자의 78.1%가 2년 미만 경력자일 정도로 '기피 부서'가 된 지 오래다.
지역별·부서별 업무량 편차도 컸다. 서울의 경우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1인당 신고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경찰서는 172건이었던 반면, 가장 적은 관서는 49건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통합수사팀의 경우엔 전국 상위 20%(52개 경찰서)의 올해 상반기 1인당 사건 접수 건수가 112.2건이었지만, 하위 30%(77개 경찰서)는 59.4건에 불과했다.
경찰은 산적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 효율성 증대와 인력 재배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치안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업무량을 줄일 수 없으니, 수사절차 등을 최대한 간소화하고 업무가 많은 곳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병합수사가 활성화된다. 사건 배당 전 접수 단계부터 유사사건을 병합하고, 사건이관 범위를 확대해 광역 단위 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시·도청 수사부서가 적극 처리할 계획이다.
사건처리 간소화 절차 도입도 검토된다. 교통민원의 경우 2026년까지 교통법규 위반 인공지능(AI) 판독시스템을 도입해 업무량을 줄인다. 시스템 도입 전까진 임기제 공무원(40명)을 증원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정기 인사를 통해 수사·지역경찰 인력을 전면 재배치한다. 각종 치안지표와 업무량 등을 분석하고, '인력배분모형'을 활용해 관서 및 부서별 적정인력을 산출할 계획이다. 신임 수사관 적응을 위해 전입 시 2주 수습기간 부여, 사례·실습 위주 교육 개편, 마음동행센터 확충 및 상담관 증원 등도 추진된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한정된 인력으로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합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마련한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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