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판사 직선제' 의회 통과… 시행 초읽기
대법관부터 전국 법관 7000명, 선거 나서야
총선 압승 집권 여당 드라이브… 반대 시위도
법관을 투표로 임명하는 '판사 직선제'가 멕시코 의회를 통과,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됐다. 지난 6월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집권 좌파 연합이 밀어붙인 사법부 개혁안이다. 하지만 법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상당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법부 관련 개정 법안이 이날 멕시코 상원에서 찬성 86표 대 반대 41표로 가결돼 사실상 공포만 남겨두게 됐다. 남은 절차는 32개 주의회 중 과반(17개) 비준을 받는 것인데, 여당 동맹이 이미 27개 주에서 다수당이라 통과가 유력하다.
법안이 시행되면 대법관부터 연방·주 판사 등 전국 법관 7,000여 명이 당장 해고돼 선거 운동에 나서야 한다. 자격 시험 등을 거쳐 선발하는 현행 법관 임명 제도가 국민 직선제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새 법안은 이달 말 퇴임을 앞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숙원 사업이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를 뇌물과 친인척 등용 등 부패로 얼룩진 사법시스템의 현대화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자신이 눈엣가시로 여겨온 '사법부 힘 빼기'라는 시각도 짙다.
그간 멕시코 대법원은 연방경찰 기능을 군 산하에 두려는 그의 개혁안에 퇴짜를 놓으면서 충돌해 왔다. 새 법안에는 대법관 정원 감축(11명→9명), 대법관 임기 단축(15년→12년), 대법관 종신 연금 폐지 등의 내용도 담겼다.
멕시코 사회는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는 등 분열된 모습이다. 이날 의사당 건물에는 표결을 막으려는 시위대가 난입해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행정·입법부를 장악한 여당이 사법부까지 장악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시위자는 NYT에 "앞으로 판사가 되려면 정치인과 친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변국과의 외교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미국은 그간 판사 직선제로 투자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해 왔다. 앞서 켄 살라자르 주멕시코 미국 대사가 "마약 카르텔과 범죄자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법관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멕시코의 '주권 침해'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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