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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면 다 기후 걱정될 것", '미래 세대' 위해 2만 명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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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면 다 기후 걱정될 것", '미래 세대' 위해 2만 명 모였다

입력
2024.09.07 17:45
수정
2024.09.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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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로 907 기후정의행진에 2만여 명 운집
20살 참가자 "앞으로 우리가 살 지구니까요"
"이윤만 추구하는 시스템에 제동 걸어야" 강조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강남대로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강남대로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사실 저도 예전에는 환경 문제에 큰 관심 없었지만, 종이팩 재활용 관련한 일을 하면서부터 점점 관심이 생겼어요. 아무래도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세대보다 다음 세대가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을 텐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다 기후위기가 걱정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알면 가만히 있을 수 없고, 같이 움직여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손을 꼭 잡고 '907 기후정의행진'을 찾은 아버지 이원영(39)씨는 말했다. 이씨의 아들은 수줍은 듯, 지구가 울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 '석탄연료 반대' 피켓을 얼굴 위로 들어 보였다.

올해는 '탄소 대량 배출' 대기업 모인 강남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907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이원영(오른쪽)씨. 폐박스를 이용해 만든 '석탄연료 반대' 피켓을 아들이 들어 보이고 있다. 피켓의 다른 한쪽 면에는 '기후 피해 우리가 입는다!!'라는 문구가 쓰였다. 최나실 기자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907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이원영(오른쪽)씨. 폐박스를 이용해 만든 '석탄연료 반대' 피켓을 아들이 들어 보이고 있다. 피켓의 다른 한쪽 면에는 '기후 피해 우리가 입는다!!'라는 문구가 쓰였다. 최나실 기자

이날 강남대로 일대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 행사로 강남역에서부터 신논현역까지 600m 길이 도로는 노동 인권 여성 환경 반빈곤 등 각종 시민단체, 노동조합, 정당 관계자들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오후 1시부터 오픈마이크 등 사전행사를 진행한 이들은 3시 본집회에 이어, 오후 4시 이후에는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행진을 한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 경찰 추산 7,000~1만 명이 참가했다. 올해 기후행진은 전국 615개 단체가 참여해 조직위원회를 구성했고 서울 강남 일대를 비롯, 대전·부산·제주·포항·지리산 등 5곳에서도 동시에 행사를 연다.

매해 9월 유엔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기후행진은 한국에서는 2019년부터 시작됐다. 2022년과 지난해에는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각각 3만여 명 시민들이 참여해 진행됐다. 올해는 '자본주의의 심장'인 강남에서 행사가 열렸다.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삼성전자, 포스코, GS칼텍스, 구글코리아 등이 모인 곳"(기후정의행진 조직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절실할 뿐 아니라, '이윤만을 추구하는 시스템' 자체에 제동을 걸어야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소속으로 기후 관련한 활동을 하는 '그린처방전 서포터즈' 약대생들이 '기후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나실 기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소속으로 기후 관련한 활동을 하는 '그린처방전 서포터즈' 약대생들이 '기후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나실 기자

갓 스무 살, 스물한 살이 된 앳된 얼굴의 대학생들도 기후행진을 찾았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소속 약대생들로 의약품 관련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등 기후 이슈 활동을 하는 '그린처방전 서포터즈'들이다. 박한희(21)씨는 "무더웠던 올해 봄·여름을 지나면서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고 실천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금예원(20)씨도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할 지구이지 않냐"며 제약 분야 내 환경 문제를 다른 시민들에게 알리고 교류하고 싶은 마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헌재 "미래 전가 안 돼"... "정부, 적극 대응해야"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만큼, 정치권의 발빠르고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대구에서 버스 2대를 빌려 80여 명과 함께 기후행진을 찾은 이명은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한국 탄소중립 목표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보다 선제적,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으면 한다"며 "시민들의 바람이 직접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헌재 결정을 거론하며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며 "우리 삶을 지킬 최전선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외쳤다.

907 기후정의행진이 열린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서 정의당 등 참가자들이 '석탄 발전은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최나실 기자

907 기후정의행진이 열린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서 정의당 등 참가자들이 '석탄 발전은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최나실 기자

앞서 헌재는 지난달 29일 2030년까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놓은 현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불충분하면 그만큼 미래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게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의 중요한 특성"이라며 미래에 과중한 부담이 이전되지 않게 하는 게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평등한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 아래 모인 기후행진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시대 존엄한 삶을 위한 투쟁'부터 '탈핵·탈화석연료·공공재생에너지 전환', '신공항·국립공원 케이블카·4대강 개발사업 등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환경 이슈를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강남대로 강남역부터 신논현역 구간,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테헤란로 강남역부터 삼성역(하위 3개 차로) 구간 차량 통행을 통제한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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