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열려
국내외 7300명, 민통선 달리며 평화 염원
한탄강·주상절리 등 철원 절경에도 '흠뻑'
"남과 북이 하나 돼 달리는 날 오리라 믿어요."
강원 철원군과 한국일보가 함께 주최하고 철원군 체육회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후원한 '제21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가 8일 철원군 장흥리 고석정 및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코스에서 열렸다. 올해 대회에는 국내외 건각과 주한외교사절 등 7,305명이 참가해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달렸다.
이날 오전 8시 고석정 잔디광장에 모여 에어로빅으로 가볍게 몸을 푼 참가자들은 오전 9시부터 DMZ풀코스(42.195㎞), 10㎞, 5.5㎞, 코스모스 10리길 걷기 순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타악그룹 라퍼커션과 브라스 밴드 바스커션은 출발에 앞서 경쾌한 연주로 분위기를 띄웠다.
개그맨 전환규(43)씨의 사회로 열린 식전 행사에선 이현종 철원군수와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손용석 상무,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을),임대수 철원군체육회장, 한종문 철원군의회 의장·장용 부의장, 김진성 제6보병사단장, 김정수·엄기호 강원도의원, 윤태시 철원경찰서장, 김상혁 철원교육지원청장, 김동문 농협 철원군지부장, 강세용·이다은 철원군의원, 2023미스코리아 입상자들이 출발 버튼이 놓인 단상에 올라 참가자들의 완주를 기원했다.
이 군수는 대회사에서 "분단의 아픔을 뒤로하고 평화를 꿈꾸는 이 대회는 해외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하고 자연이 주는 가을이란 선물을 만끽하는 하루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성철 사장은 "천혜 절경과 분단의 흔적이 남은 곳을 달리는 여러분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평화의 동작이 돼 한반도와 전 세계에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며 "명품 오대쌀이 익어가는 황금들녘을 달리며 초가을 자연의 아름다움도 함께 즐기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DMZ하프코스 참가자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옛 경의선 월정리역을 출발해 고석정 골인지점에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이날 참가한 국내외 7,220명 건각들은 1년 만에 '금단의 땅'인 민통선(15㎞) 구간과 추수를 앞둔 들녘을 달리며 어느 새 다가온 초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하프코스 참가자 김형수(42)씨는 "익어가며 고개를 숙인 벼와 활짝 핀 꽃을 보며 폭염을 이겨낸 가을이 왔음을 느꼈다"며 "매력이 넘치는 코스를 달린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반려견과 함께 철원에 온 권구석(72)씨는 "딸과 사위, 가족 모두 역사의 현장에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1억 년 전 지질활동의 자태를 뽐낸 한탄강 절리와 황금들판을 접한 외국인들은 수려한 경관이 일품이란 반응을 내놨다. 미국 뉴욕 출신 원어민 교사 바이런 존슨(50)은 "경치도, 사람들도, 날씨도 좋았다"며 "한국에서 지낸 2년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번 대회 245번째 풀코스 도전에 나선 김상원(71)씨는 사위, 8세 손자 등 3대가 함께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제6보병사단 장병들도 주둔지인 철원 동송읍 일대를 달리며 휴일을 즐겼다. 김 사단장은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를 달리며 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 평화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는 대회였다"고 강조했다. 형형색색 꽃이 만발한 코스모스 10리길 걷기 참가자들도 도시에선 만날 수 없는 원두막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남자부 풀코스에선 영국 출신 로버트 허드슨(37)이 2시간 34분 34초 기록으로 대회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여자부 풀코스에선 류승화(46)씨가 2시간 55분 33초 만에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류씨는 지난해 하프코스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레이스 뒤엔 푸짐한 시상이 이어졌다. 주최 측은 참가자 모두에겐 철원 오대쌀(3㎏)과 철원사랑상품권(6,000원)을 지급했다.
남녀 풀코스와 하프코스는 10위까지, 10㎞와 5㎞는 각각 7위, 5위까지 상금과 상장, 트로피를 수여했다. 부문별 입상자를 제외한 20~60대 이상 연령대별 기록 순으로 상위 3~5명도 오대쌀과 상패를 받았다. 궁예(869~918)가 철원을 도읍으로 한 태봉국 건국 1,119주년을 기념한 신청자(전체 1,119번째 접수)와 대회가 열린 9월 8일을 의미하는 풀코스 908위에게도 상금을 수여하는 등 이색 시상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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