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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지로' 못잖은 구간도 있는데"…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꼭 철거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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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지로' 못잖은 구간도 있는데"…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꼭 철거해야 하나요

입력
2024.09.07 1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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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발표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가보니]
시민·상인들 "철거 비용 또 드는데 굳이…"
"상권 활성화 없이 철거 강행 문제" 지적도

6일 점심시간대 세운대림상가 공중보행로의 모습. 식사를 하거나 우산을 쓴 채 걷고 있는 시민들이 보인다. 오세운 기자

6일 점심시간대 세운대림상가 공중보행로의 모습. 식사를 하거나 우산을 쓴 채 걷고 있는 시민들이 보인다. 오세운 기자

"지은 지 얼마 안 된 걸 또 굳이 허물 필요가 있나···."

6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2층에서 만난 상인 정재화(77)씨가 말했다. 40년 넘게 이곳에서 중고 가전을 팔아온 그는 최근 발표된 서울시의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방침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서울시장들은 세운상가를 정치적 목적으로만 이용하고 책임은 안 지는 것 같다"며 불쾌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 1㎞ 구간을 남북으로 잇는다. 상가 간 연계를 높여 주변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인 2016년부터 추진돼 2022년 모든 구간이 개통됐다. 시 예산 1,109억 원이 투입됐다.

서울시가 개통 2년밖에 안 된 공중보행로를 없애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이용률이 저조하고, 기존 목적(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공중보행로 전 구간의 하루 평균 보행량(2022년 10월~2023년 10월)은 1만1,731건으로 공사 전 예측량(10만5,440건)의 11%다. 실제 삼풍상가·PJ호텔 쪽은 이용객이 많지 않다. 시가 우선 철거하려고 하는 구간도 삼풍상가∼PJ호텔 사이 보행교(250m)다. 나머지 750m 구간은 추후 주변 녹지 공원화 계획과 연계해 철거될 예정이다.

그러나 평균 보행량 등의 수치만 놓고 이용객이 적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식당, 카페들이 몰려 있는 청계·대림상가 공중보행로는 인근에 위치한 '힙지로'(HIP·힙+을지로)와 비슷한 느낌이라 젊은 층과 외국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한국일보가 이날 점심시간에 공중보행로 구석구석을 다녀보니 가을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우산을 쓴 채 식사를 하거나 산책하는 시민들이 자주 보였다. 일부 식당에는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기도 했다. 종묘, 세운상가 등 명소를 구경하는 외국인 여행객들도 눈에 띄었다. 30대 직장인 송모씨는 "이 근처에 한산하게 산책하며 커피 한잔할 수 있는 곳은 청계천 말고는 여기밖에 없다"고 했다. 보행로를 처음 와봤다는 장영수(28)씨도 "비용이 또 드는 철거를 굳이 해야 하나 싶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을 중단, 철회하려는 수단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송씨는 "결국 전임 시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상인들 갈 곳 마련해야"

6일 세운대림상가 공중보행로(3층)에 위치한 카페를 방문한 시민들. 오세운 기자

6일 세운대림상가 공중보행로(3층)에 위치한 카페를 방문한 시민들. 오세운 기자

상권 활성화에 대한 대안 없이 덜컥 철거부터 결정한 건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세운상가에서 30년 이상 철물점을 운영한 김모(56)씨는 "삶의 터전을 잃을 상인들 갈 곳은 마련하지도 않고, 철거를 추진하는 게 맞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공중보행로 아래에 위치한 가게 상인들은 보행로의 지속적인 누수로 불편을 겪고 있는데 대림상가 1층에서 조명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장모씨는 "누수 문제보다 보행로를 허물어서 생기는 먼지 및 소음공해, 공사로 인한 방문객 감소 등이 더 큰 피해로 다가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석탑 세운상가 시장협의회장은 "공중보행로 철거 관련 상인회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면서도 "철거를 원하는 일부 상인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냥 유지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상권 활성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짚었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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