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마다 “정상과 잘 지내면 된다” 낙관
전문가들은 “세상 변했다”… 경각심 환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다시 집권하면 북한이나 중국 같은 반미(反美) 국가들과의 정상 외교를 통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협상만으로 긴장이 해소되리라 낙관하기에는 현재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3차 세계 대전 가능성”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공개된 과학자 렉스 프리드먼과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예로 든 지역은 동북아시아다. “중국이 특정 섬을 점령하는 바람에 일본이 재무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무능하다고 비판했다.
자신은 복안이 있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이다. ‘21세기 중국과의 전쟁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알려 주면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양국 간 전쟁 중단 방안에 대해서도 “정확한 계획이 있다”고만 밝혔다.
공화당 안보 정책의 방향성이 ‘힘을 통한 평화’인 만큼 겁을 주는 게 먼저다.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날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자기들이 넘을 수 없는 선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간은 유화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펴낸 화보집 ‘미국을 구하라(Save America)’에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사진을 싣고 “미국과 북한 지도자 간의 전례 없는 회담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설명을 달았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하면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라고 했던 그는 지난달 30일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州) 유세 때도 중국·러시아·북한 등 적성국 정상들을 상대하는 게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버겁다며 자신은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거듭 공언했다.
“트럼프도 별수 없을 것”
이는 전문가 그룹의 대체적 인식과 거리가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3~5일 열리는 ‘한미관계 콘퍼런스’ 첫날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북미 회담이 지지 속에 진행됐지만 그 때문에 대규모 한반도 군사 훈련이 중단됐고 대비 태세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이후 지금은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 포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중국·러시아·북한·이란 간 ‘편의에 따른 동맹(alliance of convenience)’도 이제 한미가 함께 대처해야 할 위협이 됐다는 게 해리스 전 대사 분석이다. 사실상 신(新)냉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패널로 참가한 오준 전 주유엔 한국대사 생각도 비관에 가깝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한다면 분명 대북 관계가 변하겠지만,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도 북핵 같은 실제 안보 측면에서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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