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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위 목격한 딸’로 시작하는 만화 ‘남남’의 작가 “그게 충격적일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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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위 목격한 딸’로 시작하는 만화 ‘남남’의 작가 “그게 충격적일 줄 몰랐어요”

입력
2024.08.29 16:38
수정
2024.08.29 17: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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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웹툰 ‘남남’ 단행본 완결 정영롱 작가
‘대책 없는 엄마와 쿨한 딸의 동거 이야기’로
웹툰과 드라마에 이어 책으로도 제작돼

정영롱 작가가 직접 그린 자신의 캐릭터. 유과를 닮은 정 작가의 반려견 허니도 함께다. 정영롱 작가 제공

정영롱 작가가 직접 그린 자신의 캐릭터. 유과를 닮은 정 작가의 반려견 허니도 함께다. 정영롱 작가 제공

뜨거운 여름날 해수욕장에 나란히 앉은 모녀. “가서 놀아”라는 엄마의 말에 어린 딸은 대답한다. “싫어. 나 가면 또 모르는 아저씨들이랑 놀 거잖아.” 이처럼 ‘대책 없는 엄마와 쿨한 딸의 동거 이야기’를 다룬 웹툰 ‘남남’이 지난달 단행본 기준 완결을 맺었다. 2019년부터 정영롱 작가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한 이 작품은 성인용 웹툰임에도 2,500만 이상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며 책으로까지 만들어졌다. 온라인에서는 지난해 끝났고, 배우 전혜진, 수영, 안재욱이 출연한 같은 제목의 드라마도 지난해 ENA에서 방영됐다.

정 작가는 한국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종이로 된 만화책을 읽으며 만화를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에 웹툰보다는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책으로 ‘남남’이 나왔다는 게 정말 기뻤다”라고 말했다.

미혼모의 자위? “자연스러운 행위”

정영롱 작가의 웹툰 '남남' 1화에서 딸 '진희'는 집으로 돌아왔다가 거실에서 자위를 하는 엄마 '은미'를 목격한다. 카카오웹툰 제공

정영롱 작가의 웹툰 '남남' 1화에서 딸 '진희'는 집으로 돌아왔다가 거실에서 자위를 하는 엄마 '은미'를 목격한다. 카카오웹툰 제공

웹툰의 본격 연재 이전 공개한 프롤로그였던 해수욕장 장면에서 보듯 주인공인 미혼모 ‘은미’는 중년 여성, 특히 어머니에게 금기시되는 성적 욕망을 주저 없이 드러낸다. ‘남남’의 1화는 세월이 흘러 사회인이 된 딸 ‘진희’가 “더운 여름에 남자친구랑 박 터지게 싸우고 돌아”와 “거실에서 자위 중인 엄마를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웹툰은 물론 그 어떤 콘텐츠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전개에 1화가 공개되자마자 격렬한 갑론을박이 일었다.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비판과 ‘다들 쉬쉬하지만 필요한 이야기’라는 옹호가 맞섰다.

정영롱 작가의 '남남' 1권의 한 장면. 문학동네 제공

정영롱 작가의 '남남' 1권의 한 장면. 문학동네 제공

당시 정 작가는 이런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을까. 그는 “자위라는 게 자연스러운 행위이고, 그 장면으로 무언가를 거하게 표현하려는 바는 사실 없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화에 달린 무수한 찬반 댓글을 보고 ‘앗, 이게 그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나’라고 잠깐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에서 그리는 엄마나 통념상의 모범적 엄마가 오히려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엄마 아닐까요. 제 주변에는 은미와 같은 엄마가 여럿 있습니다.”

“좀 어려워도 남남처럼 살길”

정영롱 작가의 만화 '남남'의 1권과 마지막 권인 6권 표지. 주인공 모녀인 '은미'와 '진희'가 그려져 있다. 문학동네 제공

정영롱 작가의 만화 '남남'의 1권과 마지막 권인 6권 표지. 주인공 모녀인 '은미'와 '진희'가 그려져 있다. 문학동네 제공

“그것보다 더 센 수위의 장면은 이후로 나오지도 않았다”는 정 작가의 말처럼 ‘남남’은 중년 여성의 성 해방 같은 거대한 사회적 담론을 다루지 않는다. 가족은 입체적인 개인들로 구성됐기에 서로 남남이 될 수밖에 없고 되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이야기다. “얼핏 아주 끈끈해 보이는 모녀에게도 서로를 남으로 인식하는 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엄마’의 인생에 갑자기 끼어든 존재 같은 것이니까요. 그래도 서로에게 죄책감은 가지지 않도록 합시다. 좀 어려워도 남남처럼 살길...”

‘남남’은 대안 가족, 성소수자 등 사회의 이른바 '정상성'에서 벗어난 인물을 자연스럽게 비추며 이들을 '별종'이 아닌 '주변인'의 자리에 놓았다. ‘남남’ 속의 그런 인물들이 "가끔 뭐 하고 사는지 궁금해지는 친구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정 작가의 바람은 실현됐다. 단행본 완결로 진정한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 작가는 “‘남남’은 끝났어도 진희와 은미가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상상하며 독자님들도 즐겁게 같이 살아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연락하고 싶어질 때면 “(책을)한 번씩 다시 꺼내보시라”는 당부도 덧붙여서.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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