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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서 숨진 영천시의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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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택서 숨진 영천시의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시달려

입력
2024.08.29 18:00
수정
2024.08.29 18:23
13면
0 0

20일 사망한 박주학 영천시의원
동료 시의원과 의장단 선거 불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제기돼
보좌관 시절 받은 5000만 원 말썽
최근 일부 갚은 영수증 사진 돌아
의혹 확산되자 주변에 고충 호소

경북 영천시의원 A씨가 지난달 초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지역구 주민에게 배포한 글. 주로 동료 시의원인 박주학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영천시의원 A씨가 지난달 초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지역구 주민에게 배포한 글. 주로 동료 시의원인 박주학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2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주학(71) 경북 영천시의원이 지난 한 달여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한 달간 박 의원이 동료 시의원인 A씨와 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놓고 불화를 빚는 과정에서 정치자금 수수설이 흘러나왔다. ‘박 의원이 영천지역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2018년 지방선거 때 A씨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주는 대가로 5,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A씨는 지난달 초 영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끝나자 박 의원을 맹비난했다. A씨는 '박주학 의원은 권력의 힘을 등에 업고 공천과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배포한 뒤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어 지역정가에는 ‘2018년 지방선거 때 5,000만 원 중 2,000만 원을 변제한다’, '영천시의원 박주학'이라는 문구와 박 의원과 수령인이 각각 서명한 영수증 사진이 돌았다. 수령인은 A씨의 배우자였다.

박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때 영천지역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의 4급 보좌관으로 일했고, A씨는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영천시의회에 입성했다. 박 의원은 이 의원과 같은 경찰 출신으로, 2003년 자신의 근무지인 영천경찰서에 이 의원이 서장으로 부임하면서 인연이 돼 줄곧 그를 보좌한 최측근이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이 A씨 공천을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의원 유급보좌관이었던 박 의원이 특정인의 후보 추천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의혹이 확산되자 박 의원은 A씨와 친분이 있는 지인을 통해 A씨를 만나려 했지만 A씨가 이를 거부해 전전긍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영천시의회 전경. 영천=김정혜 기자

경북 영천시의회 전경. 영천=김정혜 기자

박 의원의 지인은 “거의 매일 찾아와 이 문제가 더는 확대되지 않도록 A씨에게 말을 잘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박 의원이 한 달 넘게 잠을 못 자고 너무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배우자와 박 의원이 돈을 주고받았는지 모른다.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18년에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었고, 2018년도 비례대표 공천은 여론조사를 통해 정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주학 경북 영천시의원이 거주한 영천시 야사동 아파트의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다. 문에는 봄을 맞아 길운을 기원하는 글귀인 '입춘대길(立春大吉)'이 적혀 있다. 영천=김정혜 기자

박주학 경북 영천시의원이 거주한 영천시 야사동 아파트의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다. 문에는 봄을 맞아 길운을 기원하는 글귀인 '입춘대길(立春大吉)'이 적혀 있다. 영천=김정혜 기자

한편, 박 의원은 지난 20일 오전 영천시 야사동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의원이 연락을 받지 않자 국민의힘 영천지역 사무실 관계자가 도어록을 풀고 들어갔다가 그를 발견하고 119로 신고했다. 박 의원의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유류품 가운데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는 데 핵심 단서가 될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손목에 휴대폰과 연동된 스마트 시계를 차고 있었지만 정작 휴대폰은 없었다”고 말했다.

영천=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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