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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쥐락펴락 중국 ‘두리안 외교’... 말레이산 늘리고, 베트남산 줄이고

입력
2024.08.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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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서 중국행 두리안 첫 선적
베트남산 공급 33곳은 돌연 중단

지난해 4월 베트남 동나이성 탄푸 지역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두리안을 반으로 갈라 과육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탄푸(베트남)=허경주 특파원

지난해 4월 베트남 동나이성 탄푸 지역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두리안을 반으로 갈라 과육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탄푸(베트남)=허경주 특파원

동남아시아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이 중국의 동남아 상대 외교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에는 시장을 열어주는 반면, 심기를 거스르는 국가의 수입 문턱은 높이는 방식이다.

26일 말레이메일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두리안 생과일 중국 수출을 시작했다. 첫 수출 물량으로 8개 업체 두리안 40톤이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으로 운송됐다. 말레이시아는 2019년부터 냉동 두리안을 중국에 수출해왔는데, 생과일 수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수출 길 확대는 지난 6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말레이시아 방문으로 가능해졌다. 당시 양국이 협력 확대 차원에서 말레이시아산 두리안 생과일 중국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두 달 만에 첫 선적이 이뤄진 것이다.

두리안은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은 고개를 돌릴 정도이지만, 반대로 노란 과육은 달콤한 맛과 버터 같은 부드러운 식감으로 인기가 높다. 영양가도 높아 ‘과일의 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두리안 최대 고객은 중국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 두리안의 91%가 중국에서 소비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수입량만 약 140만 톤, 67억 달러(약 8조9,000억 원) 규모다.

지난 4월 베트남 동나이성 탄푸 지역 인근 한 전통시장에 두리안이 진열돼 있다. 탄푸(베트남)=허경주 특파원

지난 4월 베트남 동나이성 탄푸 지역 인근 한 전통시장에 두리안이 진열돼 있다. 탄푸(베트남)=허경주 특파원


중국은 물량 대부분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한다. 중국 최남단 하이난성(省)에서 자체 재배하고는 있지만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맛과 품질도 아직 동남아산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두리안 세계 최대 소비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동남아 길들이기에 나선 셈이다.

실제 이번 중국의 말레이시아산 두리안 수입은 말레이시아가 중국과 밀착하는 데 대한 ‘선물’로 해석된다.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문제에 상대적으로 유화적 태도를 보여왔다.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에서도 중국 기업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했고, 지난달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국 연합체 브릭스(BRICS) 가입 신청도 했다. 중국이 자국에 우호적인 말레이시아에 농산물 시장 수출 확대 길을 열어줬다는 얘기다.

중국은 불편한 관계인 국가를 향한 견제 수단으로도 두리안을 활용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베트남 18개 농장과 15개 유통업체 등 33개 공급선의 두리안 수입을 돌연 중단했다. 표면적 이유는 품질 우려다.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은 베트남이 미국과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2022년 7월 ‘두리안 수출 허가’라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베트남이 필리핀과 함께 남중국해 해상 합동 훈련에 나서는 등 영유권을 두고 충돌하자 다시 수출 길을 조인 것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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