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지영 인터뷰]
다음 달 1일 '지젤' 전막 공연
"연초엔 공연 생각 없었는데..."
올봄 이후 몸무게 10㎏ 줄여
"몸 가벼워진 김에 의욕 다시 생겨"
"올해 초까지만 해도 무대에 더 설 생각이 없었어요. 매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데..."
발레리나 김지영(46)에게는 '국립발레단의 영원한 프리마 발레리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19세 때인 1997년 최연소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이듬해 수석무용수가 됐다. 2002년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다 한국 국립발레단의 러브콜을 받고 2009년 돌아와 다시 10년간 수석무용수로 살았다. 2019년 국립발레단을 떠나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크고 작은 갈라 공연에 꾸준히 출연 중인 그는 '현재진행형 발레리나'다.
다음 달 1일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리는 '지젤' 전막 공연에 출연한다. 고난도 기술과 격정적 감정 연기가 요구돼 국립발레단 간판 무용수 시절에도 "숙제 같았던"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을 떠날 때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5년 전 고별 무대에 함께 섰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재우가 상대역인 알브레히트를 맡는다.
최근 경희대에서 만난 김지영은 '지젤' 출연 동기에 대해 "몸도 가벼워진 김에 의욕이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봄 대한민국 발레축제 출연 제안을 받고 3개월 만에 몸무게 10㎏을 줄였다. "국립발레단 울타리에서 벗어나면서 많이 두려웠다"는 그는 "원인 불명의 두드러기 증상을 겪었고 체중계에 오르는 게 무서울 정도로 체형 변화도 겪었다. 5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안정을 되찾았다"고 돌아봤다.
"국립발레단 떠난 후 깨달은 내 안의 열정"
"(공연을) 그만둘 생각이었다"지만 올해 공연 일정은 국립발레단 시절 못지않게 많다. 이달 초엔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열린 '발레 아스테라스 2024'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무용수들과 게스트로 초대받아 무대에 섰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이 결정된 전민철(한예종 3학년)과 김용걸 한예종 교수가 안무한 파드되(2인무) '산책'을 선보였다. 전민철과는 이달 2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또 한 번 같은 작품으로 호흡을 맞춘다.
이로써 김지영은 '1세대 스타 발레리노'로 불리는 이원국(57)·김용걸(51)부터 후배인 김현웅(43), 이재우(33), 김기완(35), 그리고 26세 차이인 전민철(20)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발레리노들과 무대를 함께한 기록을 쓰게 됐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춤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원국, 김용걸로부터는 발레를 대하는 열정과 진지한 자세를 배웠다. 후배들을 엄격하게 대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자신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는 김지영은 무대에 서는 기쁨으로 압박감을 잊는다. 그는 "춤을 향한 내 마음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국립발레단을 나온 후 절감했다"며 "요즘은 '클래스(기본 연습)'마저 나 자신을 위한 퍼포먼스로 생각할 정도로 춤추는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애틋하다"고 말했다. 올해 10월에는 서울시발레단이 첫 라이선스 작품으로 아시아 초연하는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에 출연한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시절 경험한 작품이다.
발레는 무대 수명이 짧은 예술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에는 오래도록 현역으로 활동하는 전설의 무용수들이 눈에 띈다. 61세인 이탈리아 출신 발레리나 알렉산드라 페리는 여전히 무대에 서고 있고,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생활 30년 만인 49세에 은퇴했다. 김지영이라면 이들의 뒤를 잇는 '영원한 현역'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늘 마지막 무대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공연에 나서지만 그래도 스스로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아요. 춤은 나를 살게 한 존재니까. 외롭고 몸도 약했던 나를 일으킨 춤은 나의 치료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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