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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밑에 낳은 새끼 다섯 마리 지켜낸 엄마개 '은혜'

입력
2024.08.25 18:00
수정
2024.08.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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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448> 2세 추정 암컷 믹스견 '은혜'


경기 파주시의 6차선 도로 옆 컨테이너 밑에서 발견된 강아지(왼쪽)와 구조 이후 돌봄을 받는 엄마개 은혜와 강아지들. 황선칠씨 제공

경기 파주시의 6차선 도로 옆 컨테이너 밑에서 발견된 강아지(왼쪽)와 구조 이후 돌봄을 받는 엄마개 은혜와 강아지들. 황선칠씨 제공


떠돌이 개가 낳은 강아지들에게 주어진 운명은 가혹합니다. 사람에게 발견되면 보호소로 가 안락사를 당하거나, 살아남아도 결국 평생을 떠돌이 개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조돼 반려견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떠돌이 개도 다른 개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유기동물을 구조해 입양을 보내는 황선칠씨 부부는 올해 6월 경기 파주의 6차선 도로를 지나다 흰색 털의 개를 발견했습니다. 개는 도로 위에 멍하니 서있거나 느린 걸음으로 이동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황씨 부부는 개의 젖이 불어 있는 걸 확인하고 근처에 강아지들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는데요. 도로 옆 컨테이너 아래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황선칠씨가 엄마개 '은혜'의 입양홍보를 위해 만든 게시물. 황선칠씨 제공

황선칠씨가 엄마개 '은혜'의 입양홍보를 위해 만든 게시물. 황선칠씨 제공

부부는 개들이 먹을 사료를 챙겨 컨테이너를 찾았습니다. 엄마개는 강아지들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 자신의 배를 채울 정도로 모성애가 강했습니다. 엄마개가 강아지들을 살뜰히 보살핀다고 해도 강아지들은 곧 자라날 것이고, 결국 도로 위로 나와 찻길사고(로드킬)를 당할 위험이 컸습니다. 먹을 것을 구하러 도로 위를 넘나드는 엄마개도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였지요.

부부는 전문 포획팀에 의뢰해 믹스견 가족을 구조하기로 했습니다. 강아지 다섯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마을 주민이 입양을 원해 엄마개와 강아지 네 마리를 무사히 구조했는데요. 강아지들은 건강에 이상이 없었지만 엄마개는 몸에 진드기가 붙어 있고 심장사상충 초기로 확인돼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도로 위를 다니던 은혜(왼쪽)와 구조 후 강아지들과 함께 있는 모습. 황선칠씨 제공

도로 위를 다니던 은혜(왼쪽)와 구조 후 강아지들과 함께 있는 모습. 황선칠씨 제공

부부는 엄마개에게 '은혜'(2세 추정·암컷)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다섯 마리의 엄마개지만 검진 결과 은혜 역시 아직 두 살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부가 임시보호처와 입양처를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강아지 네 마리는 국내외에서 입양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은혜도 임시보호처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공격성은 없지만 사람이 다가가면 몸을 구석으로 숨기거나 몸을 떤다고 해요. 다행히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어 빗질을 하거나 쓰다듬으면 가만히 몸을 맡긴다고 합니다.

새끼들을 지켜낸 엄마개 은혜도 아직 두 살인 어린 개였다. 황선칠씨 제공

새끼들을 지켜낸 엄마개 은혜도 아직 두 살인 어린 개였다. 황선칠씨 제공

황씨는 "개들의 구조부터 임시보호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며 "어린 나이에도 새끼들을 용감히 지켜낸 은혜에게도 평생을 사랑하며 함께할 가족이 나타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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