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실랑이 중 소지한 흉기로 공격
"물 달라는 부탁 거절해 격분" 주장
새벽 시간 서울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작업 중이던 청소 노동자를 흉기로 살해한 70대 남성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이 결론 내렸다.
23일 한국일보 취재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최순호)는 전날 살인 혐의로 리모(71)씨를 구속 기소했다. 리씨는 2일 새벽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인 조모(64)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리씨와 조씨는 지난해 5월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조씨는 서울 중구청과 용역 계약을 맺은 환경미화 업체 직원으로, 2년간 해당 지하보도 청소를 담당하며 과거 노숙 생활을 했던 리씨와 안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씨는 지난해 12월부터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소재 여인숙에서 지내왔다. 중국 동포(조선족)인 그는 국내에 불법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리씨가 사전에 계획하지 않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일 리씨가 조씨와 말다툼 중 마침 지니고 있던 흉기를 꺼내 공격했다는 얘기다. 리씨도 조사 과정에서 "조씨에게 물을 달라고 했으나 들어주지 않고, 팔을 붙잡는 등의 행위에 대해 조씨가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며 우발 범행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씨가 평소에도 쌀쌀맞은 태도로 대해, 나를 무시한다고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2일 오전 5시 10분쯤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곧장 출동했다. 조씨는 병원 이송 중이던 오전 6시 20분쯤 끝내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다발성 자창(날카로운 것에 찔려 생긴 상처)으로 판명됐다. 리씨는 사건 3시간 40여 분 만에 동자동 쪽방촌 인근에서 긴급 체포됐고, 당시 음주·마약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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