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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인이 받은 명품이 그냥 선물? ‘디올백 무혐의’가 낳을 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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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인이 받은 명품이 그냥 선물? ‘디올백 무혐의’가 낳을 파급효과

입력
2024.08.23 04:30
수정
2024.08.23 07: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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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처분 앞두고 논란 가열]
'처벌규정' 없고 '함정취재'라지만
국민 법감정과는 괴리가 큰 결론
"권력에 느슨한 법 개정" 제언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들여다본 검찰 수사팀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절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가 명품을 받는 장면이 전 국민에게 공개된 사건을 아무런 사법처리 없이 끝낸다면, 공직 기강과 사회 전반의 청렴성에 좋지 않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22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대면 보고했다. 보고에는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이 포함됐다.

수사팀이 김 여사를 결국엔 기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 관측은 수사 초반부터 나왔다.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는 청탁금지법 자체에 구멍이 뚫려 있고, 공직자 배우자의 경우엔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서만 금품수수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 결과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2022년 6~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 180만 원 상당 샤넬 화장품 등을 받았지만, 이는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최 목사는 애초 취재 목적으로 접근했고 "큰형님께 보여드리고 싶으니 아버님 사진 좀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등 김 여사 선친과 인연을 끊임없이 강조해 접견을 성사시켰다.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청탁'을 하기 위해 만난 게 아니라, 선물 주는 장면을 찍기 위해 면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수사팀이 현행법을 근거로 나름의 논리를 세우긴 했으나, 그럼에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민의 법 감정과 매우 동떨어진 결론"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 배우자는 수백만 원 명품을 선물로 받아도 처벌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검찰이 형식 논리만 따져 권력자를 위한 성역, 면책의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라며 "적어도 기소를 해 공개 재판에서 사건의 전모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 보여준 '적극성'이 이번에 전혀 발휘되지 않았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과거 검찰은 고위공직자 관련 금품 수수 사건에서 '직무 관련성' 등을 매우 폭넓게 해석해 기소했다. 윤 대통령이 수사에 참여한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포괄적 뇌물 △경제적 공동체 △묵시적 청탁 등의 법리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정유라)에 대한 기업(삼성)의 후원'까지도 뇌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연인이나 매우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공직자의) 금품 수수는 그 자체로 죄가 된다는 게 기존 판례"라며 "직무 관련성을 예외적으로 좁게 해석할 경우,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팀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약 5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감사 표시' 내지는 '접견 수단'에 그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얼굴 보는 것조차 어려운 '높은 사람'을 면담하기 위해서라면 '만남 비용'을 주고받는 게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한 선물이었다는 주장은 거의 모든 금품 수수 사건의 주된 항변이지만, 검찰이 이 변명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16년 부산의 구청 공무원 뇌물 사건에서 뇌물액이 단돈 10만 원이었고 당사자가 "친한 사이여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기소했고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기회에 법 정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교수는 "일반 공무원보다 권력 최상부에는 더 엄격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라며 "한국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 체제에서 영부인을 청탁금지법 등 규제 대상에 포함 안 시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도 "특별감찰관 제도가 있었다면 감찰로 끝났을 사안이 수사로 넘어오고, 검찰이 시간을 끌며 여러 미숙한 모습을 보이다 보니 최악의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최동순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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