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 감리회 상대 소송 패소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축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목사가 소속 교단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정교분리(국가기능과 종교단체의 분리)를 근거로 종교의 내부 결정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김형철)는 이동환 경기 수원시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상대로 낸 총회재판위원회 판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21일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청구 요건이나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가 징계 대상이 됐다. 감리회는 내부적으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이유였다. 2심제인 감리회 재판 결과, 2022년 10월 이 목사에 대한 정직 2년이 확정됐다.
이 목사 측은 "징계 처분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해당 축복식은 헌법상 기본권과 기도문을 읊은 것에 불과해 동성애를 찬동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감리회의 부당한 재판 지연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정직 처분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도 했다.
감리회 측은 "이 목사에 대한 징계의 정당성 여부는 세속재판의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축복식이 교단이 금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인 만큼, 교리 해석에 관한 문제는 세속의 사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우선 이 사건을 교리 해석의 차원으로만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직 기간이 만료된 점 △생계 곤란을 호소하는 그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진 않은 점 △이번 재판이 이 목사에 대한 별개의 출교 무효 소송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청구를 각하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각하 판결에선 드물게, 본안에 대한 가정적 심리를 거쳐 "감리회의 판결에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이 규정하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종교단체 운영은 매우 중대한 하자가 있지 않는 한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목사 측은 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을 드러내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고 직후 이 목사는 "내가 받은 징계를 근거 삼아 감리회에서는 또 다른 목사와 목회자들에 대한 종교재판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반예수적일 뿐 아니라 반인권적이고 반사회적 행태"라고 규탄했다.
한편 감리회는 이번 소송이 진행 중이던 올해 3월, 이 목사가 2020년 12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재차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의식을 집례했다는 등의 이유로 출교 판결을 내렸다. 출교 무효 소송을 심리한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달 이 목사가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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