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범 "거짓 증언시킨 뒤 CCTV 삭제했다"
'장난' 주장했지만 아이들은 폭행 증언
성인도 매트 말이 11분 지나면 심정지
태권도장에서 말아놓은 매트 사이에 거꾸로 방치됐다가 숨진 3세 아동 사건의 당시 상황이 공개됐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해당 사건을 재조명했다. 지난달 12일 경기 양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선 3세 A군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A군은 태권도장 관장이 말아서 세워놓은 매트 사이에 27분간 거꾸로 넣어져 방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후 같은 건물에 있는 이비인후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1일 만에 사망했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관장은 사건 직후 자신의 행동을 은폐하려 했다. A군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동안 태권도장으로 돌아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삭제했다. 다른 교범에겐 "나 감옥 간다. 아이들에게 말 잘해라"라며 "내가 아이를 거꾸로 넣은 게 아니라 바로 넣었다고 말하라"고도 했다.
또 관장은 경찰 조사에서 아동 학대는 없었으며 장난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원생들의 증언은 달랐다. 아이들은 "관장님이 (A군이) 잘 못한다고 A군의 발을 잡고 거꾸로 돌렸다", "말을 안 들으면 사무실에 데려가서 얘기한 다음에 때린다"는 등 폭행당한 정황에 대해 털어놨다. 한 아이는 자신을 "(관장님이) 때리고 또 때리고 반복했다"고 말했다.
'왜 넣었냐' 질문에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제작진은 아이가 매트 사이에 껴 방치됐던 상황을 실험으로 재연했다. 매트 안에 거꾸로 들어간 성인 남성 참가자는 2분 26초 만에 꺼내 달라고 요청했다. 참가자는 "호흡을 하려고 노력해도 숨 쉴 틈조차 없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정현정 건국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통상 성인 기준으로 4분 정도 압박 질식이 되면 호흡부전이 올 수 있다"며 "많이 버텨도 11분 이후면 심정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27분이나 방치된 A군으로선 버티는 게 불가능했다는 의미다.
이날 방송에선 A군의 어머니가 이혼한 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분투해온 사연이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느라 아이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태권도장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달에 100만 원만 벌더라도 애초에 (태권도장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A군 어머니는 제작진과 함께 관장을 만나 '왜 CCTV를 지웠는지' 묻기도 했다. 관장은 "겁이 나서 (영상을) 삭제했다"면서 다른 교범을 입막음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를 매트에 넣은 이유는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A군의 어머니는 "납득이 안 된다.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만 한다. 도대체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한단 거냐"고 분노했다.
해당 관장은 지난 7일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첫 재판은 오는 27일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 오창섭)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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