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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으로 활 쏘는 '주몽의 후예들'... 양궁 인기에 학원·카페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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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으로 활 쏘는 '주몽의 후예들'... 양궁 인기에 학원·카페 성황

입력
2024.08.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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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석권 후 활 배우기 열풍]
일시적 체험부터 꾸준한 강습까지
아이들 데려온 부모 수강생도 늘어
전통활쏘기 국궁 역시 덩달아 인기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양궁학원에서 한 수강생이 과녁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다. 김태연 기자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양궁학원에서 한 수강생이 과녁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다. 김태연 기자


"자, 허리 세우고, 어깨도 좀 누르고!"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양궁학원. 수강생들의 자세를 짚어주던 이경화(44) 관장이 "발사"를 외치자, 선수 둘이 일제히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쏜살같이 날아간 화살 하나가 10m 앞에 걸린 과녁 한가운데 꽂혔다. 이 관장이 "10!"이라고 점수를 알리니, 이를 지켜보던 수강생 8명 사이에선 "나이스"라는 환호성과 갈채가 터져 나왔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대표팀이 금메달 다섯 개로 전 종목을 석권한 것과 맞물려, 최근 활쏘기를 배우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과거 양궁은 주로 선수들만 배우는 '엘리트 종목'이었지만, 이번 저변 확대를 계기로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여지도 많아졌다. 양궁뿐 아니라 전통 궁술인 국궁에 대한 관심까지 덩달아 높아졌다.

학원부터 카페까지 문전성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양궁학원. 박영록(44)씨가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팽팽히 당기고 있다. 김태연 기자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양궁학원. 박영록(44)씨가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팽팽히 당기고 있다. 김태연 기자

16일 양궁업계에 따르면, 올림픽 경기를 보고 직접 양궁을 체험하려고 학원이나 양궁장을 찾는 이들은 평소보다 수배로 늘었다. 가슴에 태극기를 붙이고 오는 미취학 아동부터 로스앤젤레스(LA)에서 왔다는 재외동포까지 수강생들이 줄 잇고 있다. 양궁 코치로 활동하는 김철주(53)씨는 "정규 수강생이 평소보다 두세 배 늘었다"며 "올림픽 영향으로 등록·체험 문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학원에 가보니, 수강생 사이에서 양궁은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같은 생활체육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특히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이라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자신의 몸보다 큰 활(137㎝)을 잡은 어린 수강생들은 개구쟁이처럼 장난을 치다가도 사대 앞에 서자 진지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세 번 연속 10점을 정확히 맞춘 정하율(12)군은 "올림픽을 보고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쏘는 순간 과녁에만 집중하다 보니 집중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양궁을 배우는 부모도 눈에 띄었다. 나이와 관계없이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스포츠라는 특징 덕이다. 초등생 자녀와 함께 온 박영록(44)씨는 "아들과 같이 배우면 좋지 않을까 싶어 양궁을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활을 쏠 때 허리를 곧게 펴다 보니 키가 1.8cm나 컸다"며 웃었다.

짧게나마 양궁을 체험할 수 있는 양궁카페(양궁장)도 문전성시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양궁카페에서는 보통 1만~2만 원만 내면 간단한 레슨을 받고 연습과 게임을 할 수 있다. 마포구 소재 양궁 카페 직원 윤성규(28)씨는 "과거엔 데이트 코스였다면 올림픽 이후로는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통 활쏘기 '국궁’도 인기만점

1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궁도장. 한낮의 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간 이날에도 십여 명의 시민들이 활쏘기를 즐기고 있었다. 김태연 기자

1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궁도장. 한낮의 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간 이날에도 십여 명의 시민들이 활쏘기를 즐기고 있었다. 김태연 기자

양궁 열풍은 국궁으로도 이어졌다. 국궁과 양궁은 쏘는 방법과 장비 등에서 큰 차이가 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시력과 섬세한 손가락 감각으로 활을 쏜다는 맥은 동일하다.

전통 스포츠라 나이 지긋한 사람들만 즐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최근 들어선 청년층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궁도장에는 활을 쏘러 온 이들로 16개 사대가 가득 찼다. 국궁을 배운 지 한 달 남짓 됐다는 직장인 김도훈(26)씨도 "아버지와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러 시작했다"면서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국궁장 직원 박도경(44)씨는 "이곳을 찾는 분들 연령대가 50~60대에서 최근 30~40대로 내려갔다"면서 "올림픽으로 활 쏘기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최근 젊은 층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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