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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전 회장 친인척에 부당 대출한 우리은행

입력
2024.08.12 00: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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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그의 재임 때부터 퇴임 후인 올해 1월까지 28건(350억 원)에 달하는 부당 대출을 해준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적발했다. 이 가운데 269억 원이 연체 중이거나 부실이 발생한 상태다.

금감원에 따르면 문제의 대출은 심사 및 사후 관리 과정에서 서류 진위를 확인하지 않거나, 담보·보증이 부적절했고, 용도 외 유용도 부실하게 점검하는 등 기본 절차마저 지키지 않았다. 추가 담보 여유가 0원인 경우에도 해당 법인 신용도를 상향해 수십억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시스템상 대출 취급 과정에서 최고경영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은 없다”며 손 전 회장 개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렇게 허술한 절차를 통해 수십 차례 대출이 이뤄지는 게 손 전 회장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직원의 100억 원대 횡령사건 이후 관리 책임자 교체 등을 단행하며 쇄신을 다짐했는데, 내부통제 문제점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당국의 무거운 제재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도 전 우리금융 회장과 연루 의혹이 있는 부당 대출이 드러나면서 난감한 처지가 됐다. 금융위는 우리은행 횡령사건 이후 은행 등 금융회사 대표나 임원에게 내부 통제 관련 구체적 책무를 지정해 문서화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 발생 시 해당 금융사 최고경영자가 최종 책임을 지게 돼 있어, 지주 회장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책무구조도 도입 초기부터 지주 회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우리나라 금융지주 시스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그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퇴출 위기에 처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공적자금 3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1999년 한빛은행으로 합병한 것이 그 모태다. 혈세로 되살려낸 은행에서 내부 비리가 끊이지 않는 걸 지켜보는 국민의 실망이 얼마나 클지 금융당국과 우리은행은 헤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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