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강박 중 '장폐색'으로 숨진 30대 女
현장·의료 기록상 "위법 없다"는 지자체
경찰 수사 진행 중, 인권위도 조사 예정
유족 "활력징후 확인, 처치 없었다" 비판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 더블유(W)진병원 격리실(안정실)에서 손발이 묶였던 30대 여성 환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병원을 실사한 행정당국이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1차 판단을 내놨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병원 측 과실이 없었다고 단정짓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유족들은 병원장 등 6명을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 역시 이달 중 사고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8일 경기도청 등에 따르면, 최근 부천시 보건소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W진병원을 찾아 의료 기록 등을 검토했다. 조사팀은 환자 강박(침대에 묶는 행위) 기록지, 처방 내역 등을 살펴 해당 병원이 의료법이나 정신건강복지법을 위반한 정황이 있는지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공식 조사 요청이 있었던 건 아니고, 관할 내 정신병동 관리 책임이 있으니 자체적으로 경위 조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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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는 일단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1차 조사 결과를 경기도에 보고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격리·강박 기록지를 검토해본 결과 (보건복지부) 지침 등을 위반한 내용이 발견되진 않았다는 게 시(市) 차원의 조사 내용"이라며 "보호 입원 절차도 준수했고, (의료진들도) 인권 교육을 전부 수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강박 시 최소 1시간,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최소 30분마다 의료진이 환자의 호흡, 맥박 등 바이탈 사인(활력징후)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침에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본보가 확보한 해당 병원의 각종 진료 관련 기록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환자 강박 때 실시해야 하는 호흡·맥박수 등 바이탈 확인이 수시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망자가 이상 증상을 보일 때 의사가 직접 검진하지 않는 등 관리 부실과 조치 미흡 정황이 보인다. 유족들 역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부천시 등 지자체 역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경기도로부터 조사 결과를 공유받은 주무부처 복지부도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W진병원에 입원한 박모(33)씨는 17일 만인 5월 27일 숨졌다. 박씨는 사망 전날부터 복통 등을 호소했으나 변을 흘린다는 이유 등으로 격리됐고, 약 2시간 동안 침대에 양손·발과 가슴을 묶이는 '5포인트 강박' 조치를 당했다. 이때 박씨의 배가 부풀고 코피를 흘리며 호흡이 거칠어졌지만, 응급실 전원 등의 조치는 없었다. 결국 의식을 잃은 박씨는 새벽 4시쯤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가성 장폐색'이라는 사망 소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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