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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억 횡령 뒤 해외 도피한 건보공단 팀장, 같은 공단 동료가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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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6억 횡령 뒤 해외 도피한 건보공단 팀장, 같은 공단 동료가 도왔다

입력
2024.08.08 10:31
수정
2024.08.08 21: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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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도주 때 자금 조달 혐의
가상화폐로 1600만원 송금
범인 도피 혐의 불구속 기소

서울 시내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 십억 원을 빼돌려 필리핀으로 도주한 전 재정관리팀장을 도운 조력자가 같은 공단 내에 있었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범인도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40대 여성은 공단에서 파면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4월 26일 공단 재정관리팀장이었던 주범 최모(46)씨를 기소하면서 같은 공단 소속 조모(43)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조씨는 최씨가 해외로 도주할 당시 자금을 조달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2022년 4~9월 공단 재정관리실에서 일하며 18차례에 걸쳐 46억 원을 횡령했다. 그는 채권관리 업무를 맡으며 알게 된 채권자의 계좌정보를 조작했고, 돈을 병원에 지급한 것처럼 허위 입력해 본인 계좌로 송금했다. 이 돈은 채권압류 등으로 지급이 보류된 17개 요양기관의 진료비로, 공단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이었다.

범행 직후 최씨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그는 추적을 피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로 환전하기도 했다. 1년 4개월간 마닐라의 고급리조트에서 은신하고 있던 최씨는 올해 1월 해외 인터폴 공조로 경찰에 검거, 국내로 송환됐다.

최씨의 계좌를 추적하던 경찰은 이때 최씨의 도피생활 중 자금 조달을 한 인물을 포착했다. 그게 바로 조씨였다. 조씨는 같은 공단 직원으로 최씨와 가까운 관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2023년 1~8월 가상화폐 전자지갑을 통해 최씨에게 1,600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고, 경찰은 그를 검찰로 송치했다. 1월 필리핀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된 최씨는 당시 취재진에 "공범이 없다"고 했다.

최씨는 필리핀 도피 중 현지 여자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경찰은 최씨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가짜 계정을 만들어 최씨 여자친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졌다. 곧이어 여자친구가 올린 셀카 배경에 있는 마닐라의 한 리조트를 포착했다. 경찰은 구글맵과 대조해 최씨의 위치를 특정해 올해 1월 9일 그를 검거할 수 있었다.

최씨가 횡령한 46억 원 중 39억 원은 그가 선물 투자로 탕진해 현재 환수가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이 초기 환수한 7억2,000만 원 외엔 남은 돈이 없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조씨가 범인 도피를 돕지 않았다면 보다 빨리 적발되고 피해금도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 조씨는 올해 5월 공단에서 파면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1심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그의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과 최씨 모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피고인이 가상화폐를 취득해 송금한 경위, 가상화폐 거래에 타인 명의 계정을 이용한 점을 등을 종합하면 범죄수익은닉 범행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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