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경찰, 수사 제대로 한 건지 의문"
경찰이 이른바 '넥슨 집게손 사태' 당시 온라인상에서 집게손을 그린 작가로 허위 지목돼 사이버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에 대해 모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4일 '넥슨 집게손 사태' 피해자 A씨가 고소한 사건을 모두 불송치한다는 내용의 수사결과 통지서를 A씨에게 보냈다. 앞서 A씨는 6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 혐의로 41건의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성명불상)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통지서를 통해 "피의자들의 글은 고소인 등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보다는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고소인은 이전에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트위터 글을 게시한 사실이 있는바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넥슨의 사과문과 당시 보도가 됐던 기사들을 독자들은 믿을 수밖에 없던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불송치 혐의로 내세운 이유는 여성혐오 범죄를 사실상 묵인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덕수의 범유경 변호사는 "경찰 주장은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글을 올렸으면 이런 형태의 심각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당해도 상관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 불송치는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여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들을 방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1월 넥슨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홍보영상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남성 혐오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영상 속 게임 캐릭터가 취한 손동작이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집게손 모양이라는 주장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확산한 것이다. 해당 손 모양은 '메갈리아'(2015~2017년 활동한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한국 남성 성기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터로 여성 직원 A씨가 지목되며 A씨의 개인 신상정보가 빠르게 확산했다. 누리꾼들은 A씨에 대해 인신공격 등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넥슨은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남성 혐오 논란에 대해 대형 기업사가 굴복하면서 여성 종사자들의 노동권이 침범됐다"며 규탄 집회를 열었다. 논란이 된 장면은 A씨가 아닌 40대 남성 작가가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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