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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삼치 대신 독성 해파리만 가득"...동해안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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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삼치 대신 독성 해파리만 가득"...동해안 '비상'

입력
2024.08.05 17:00
수정
2024.08.05 17: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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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이어지며 독성 해파리 북상
경북 이어 강원에 주의특보 발령
무게 100㎏ 달해 어장 그물 파손
해파리 수매사업 보름 만에 바닥
지난해 6건 쏘임사고 벌써 856건
상어 퇴치 그물 치고 예비비 투입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의 한 정치망 그물에 지난달 28일 강독성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들어차 어민들이 상자에 담아 육지로 옮기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의 한 정치망 그물에 지난달 28일 강독성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들어차 어민들이 상자에 담아 육지로 옮기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에 20톤짜리 어선 한 척을 보유한 어민 김두완(67)씨는 요즘 감포항 앞바다에서 15분가량 걸리는 정치망(定置網: 한곳에 쳐 놓고 고기 떼가 지나가다가 걸리도록 한 그물) 어장을 살피러 갈 때면 울화통이 치민다. 삼치와 전갱이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에 강독성 해파리만 잔뜩 걸려들고 있어서다. 게다가 해파리는 촉수의 양이 많아 한 마리만 나타나도 여러 명이 쏘일 수 있는 노무라입깃해파리다. 김씨는 “해파리떼 때문에 벌써 한 달 가까이 허탕을 치고 있다”며 “해파리가 그물에 같이 걸려든 물고기를 쏘는 바람에 금세 고기가 상해 잡은 것도 다 버려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억 원을 들여 그물을 설치했는데 직원 월급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 김씨는 결국 그물을 걷어내기로 결정했다.

동해안이 강독성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무게 100㎏에 몸길이가 1m에서 길게는 촉수를 포함해 5m가 넘는 개체가 있을 정도로 거대해, 해상 어장에 대량 유입되면 쉽게 그물이 찢어진다. 더구나 어류의 알을 포함해 동물플랑크톤을 먹어 어자원 감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의 한 정치망 그물에 지난달 28일 강독성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들어차 어민들이 상자에 담아 육지로 옮기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의 한 정치망 그물에 지난달 28일 강독성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들어차 어민들이 상자에 담아 육지로 옮기고 있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 등 동해안 시군은 해파리 주의단계 특보가 발령되자, 해파리 수매사업에 돌입했다. 이 사업은 해파리를 1㎏당 300원에 사들여 절단한 뒤 다시 바다로 투하하는 것. 그러나 해파리 개체 수가 순식간에 너무 많이 불어나 확보한 사업비는 한 달도 안 돼 바닥이 났다.

실제로 포항시는 당초 1억7,000만 원의 국비를 요청해 받았으나, 보름 만에 25톤 덤프트럭 23대 분량에 달하는 570톤가량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잡혀 예산이 소진됐다. 수매사업이 중단되면서 포항지역에선 면적 10㏊가 넘는 대형 해상 정치망 어장 28곳과 면적 2~3㏊의 정치성 구획어업 12곳 등 40곳이 강독성 해파리의 공격을 받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철영 포항시 수산정책과장은 “바다 전역이 해파리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 태풍 등 대형 재난에 사용하는 예비비로 2억 원을 확보해 수매사업을 다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해파리는 조류를 따라 이동하는 특성상 지금처럼 폭염이 지속되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날씨가 지속되면 증식 속도가 빨라져 피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동중국해에서 번식한 뒤 남동풍이 불면 조류를 따라 남해로 흘러 들어와 동해로 북상한다. 지난해에는 남동풍이 자주 불지 않아 동해안에 해파리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올해는 남동풍이 많이 불었고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강원 동해안까지 북상해 급속히 번식하고 있다. 바다에서 100㎡당 한 마리 이상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발견되면 해파리 주의단계 특보를 발령하게 되는데, 지난달 5일 제주해역에서 발령됐다가 12일 경북까지 확대된 데 이어 23일에는 강원도까지 발령됐다. 해파리 쏘임 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5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도 내 동해안 해파리 쏘임 사고는 지난 2020년 1,214건에서 2021년 378건, 2022년 304건으로 줄었고, 지난해 6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856건으로, 하루 20~30건씩 발생하고 있다.

경북 동해안 해파리 쏘임 사고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경북 동해안 해파리 쏘임 사고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경북도 등은 해수욕장에 상어 차단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영석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재난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8,700만 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며 “인명구조요원 등 전문인력 412명을 배치하고 해파리 수매사업에도 도비를 투입해 각 시군과 어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경주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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