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마침내 '커리어 골든 슬램'에 도달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24차례 우승을 거두고도 좀처럼 열지 못했던 올림픽 금메달의 문을 드디어 열어젖힌 것이다.
조코비치는 4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테니스 단식 결승에서 테니스 신예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을 2-0(7-6 7-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우승으로 일군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이어 '커리어 골든 슬램'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남자 단식 선수로는 안드레 애거시(미국)와 라파엘 나달(스페인)에 이어 3번째다.
조코비치는 그간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2003년 프로 데뷔 후 꾸준히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그간 최고 성적은 2008 베이징 대회 동메달에 그쳤다. 이후로는 번번이 결승을 눈앞에 두고 미끄러지며 4위에 머물러야 했다. 2016 리우 대회 때는 1라운드에서 패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메이저 대회에서만 트로피 24개를 들어올린 전적을 감안하면 이상하리만치 저조한 성적이다. 그만큼 조코비치에게 올림픽의 벽은 높았다.
2번의 타이브레이크 끝에 알카라스 제압
이날 조코비치는 그간의 한을 풀어내듯 초반부터 알카라스를 몰아쳤다. 지난달 윔블던 결승에서도 알카라스와 맞대결을 펼쳤지만, 그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조코비치는 다소 무기력하게 3-0(6-2 6-2 7-6)으로 패했다. 1987년생으로, 올해 37세인 조코비치가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올림픽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쏟아낸 것이다.
하지만 '남자 테니스 빅3(로저 페더러(스위스), 나달, 조코비치) 이후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알카라스 또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1세트에 이어 2세트에서도 6-6 상황이 되면서 타이브레이크가 이어졌다. 먼저 한 점을 획득한 조코비치는 알카라스에 단 두 점만 허용한 뒤 빠르게 7점까지 내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리 후 경기장에 무릎 꿇고 오열
승리가 확정되자 조코비치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오열했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을 때도 좀처럼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았던 조코비치였기에,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더 크게 승리를 축하했다. 이후 조코비치는 세르비아 국기를 들고 곧장 관중석으로 올라가 자신을 응원하러 온 딸을 부둥켜 안고 또 한 번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한편 전날 여자 단식에서는 중국의 정친원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달성했다. 정친원은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2-0(6-2 7-5)으로 제압한 데 이어 결승에서도 도나 베키치(크로아티아)를 2-0(6-2 6-3)으로 꺾었다. 정친원은 금메달을 획득한 뒤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방금 역사를 만들었고,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는 벅찬 소감을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