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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돌려막기' 하더라...AI기술로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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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돌려막기' 하더라...AI기술로 바꿀 것"

입력
2024.08.05 04:30
수정
2024.08.05 1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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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규 PFCT AI 총괄 이사
중신용자 금리 낮추는 알고리즘 개발
데이터마이닝 최고 학회 KDD에 등재
"중신용 금리 연 8~10% 환경 만들 것"

안병규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인공지능(AI) 총괄 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PFCT 본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안병규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인공지능(AI) 총괄 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PFCT 본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저희 고객의 타사 신용대출 이력을 보면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 20% 이자를 내는 분들이 많아요. 연 10~15%가 없는 '금리 단층1' 현상 때문이에요. 우량 고객과 정부 구제가 필요한 대출자 사이 '회색 지대'에 있는 분들도 연 8~10%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예요."

안병규(31)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인공지능(AI) 총괄 이사가 3년 전 입사 때부터 느꼈던 문제의식이다. PFCT는 중·저신용자가 고금리 빚에 시달리는 다중채무자(대출 3개 이상 보유)로 내몰리지 않는, 동시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가 연체율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적정 금리'를 찾아주는 기술 금융 스타트업이다. PFCT 서비스의 중심엔 AI 기술력이 있고, 안 이사가 이를 총괄하고 있다.

컴퓨터공학 학사, 전산학 석사, 국제 정보올림피아드(IOI)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엘리트 공학도' 외길을 걸었던 그는 PFCT에서 일하며 중신용자(신용등급 하위 20~50%)조차 다중채무자로 몰리는 현실을 보게 됐다.

"저는 학자금 대출밖에 없는데, 저희 고객 대출 건수는 평균 10건이었어요. 일단 그게 충격이었죠. 대부분 100만 원 단위 대출을 받았는데, 소액 대출도 자주 받으면 금리가 오르잖아요. 심지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아직 여유가 있는 분도 있었어요. 처음부터 최대한 낮은 금리로 필요한 만큼 한 번에 대출을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생각했어요."

중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확대하려면 연체 위험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신용평가모델이 필요했다. 그는 다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는 AI를 이용하면 과거 대출 사례를 현시점에 응용할 수 있고, 대출자 검증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금융사의 현재 대출 정책까지 고려해 대출 승인 여부 및 금리 계산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프로그램이 '에어팩(AIRPACK)'이다. PFCT 고객을 위해 만들었지만, 입소문이 돌면서 현재 국내 저축은행 4곳에서 에어팩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금융기관 19곳과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부실률을 최대 26.2% 낮추고 대출 승인율은 최대 24.6% 높였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지점이 에어팩 도입을 밝혔다.

안 이사 팀의 성과는 최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중신용자 중에서도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개별 금융사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금리를 계산하는 AI 알고리즘을 고안했는데, 데이터 마이닝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데이터 마이닝 학회(KDD)'에서 발표하게 된 것이다. 개인신용대출 시장이 확대되고 대출 비교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이, 중신용자에게는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통했다.

25~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국제 데이터 마이팅 학회(KDD) 2024 국제학술대회' 일정. 핀테크 분야 발표자에 안병규 이사 팀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KDD 홈페이지 캡처

25~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국제 데이터 마이팅 학회(KDD) 2024 국제학술대회' 일정. 핀테크 분야 발표자에 안병규 이사 팀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KDD 홈페이지 캡처

안 이사 팀은 현재 이 모델을 상용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발표한 알고리즘은 실시간으로 적정 금리를 제시하는데, 현실에 맞게 일 단위 또는 월 단위로 금리를 제시할 수 있도록 재개발 중이다. 안 이사는 "단순히 가장 좋은 학회부터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는데 채택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우리가 개발한 알고리즘이 실제로 중신용자의 평균금리가 낮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안병규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인공지능(AI) 총괄 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PFCT 본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안병규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인공지능(AI) 총괄 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PFCT 본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1 금리 단층
안 이사의 지적처럼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은 한국 금융의 취약고리로 꼽힌다. 지난달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중신용자 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분기 17.6%에서 올해 1분기 26.2%로 늘었다. 문제는 중신용대출 비중이 늘어날수록 인터넷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와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 사이 딜레마에 놓인다는 점이다. 1분기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은 0.92%로 5대 시중은행(0.32%)의 3배에 달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네 번째 인터넷은행 출범 조건으로 보다 많은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대안 신용평가모델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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