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하긴 해도 철거 시 야간경기 불가"
미사리 조정경기장(현 경정공원) 하천 부지 바깥에 불법 설치된 조명탑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철거까지 명령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시설물이라고 해도, 공익법인의 사업수행에 빚어질 차질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하남시장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1일 원고 전부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엔 비례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하남시 미사동 하천 부지 등지의 조정경기장을 관리해오면서 2002년 전광판 1대와 조명탑 11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2021년 하남시는 이 시설물들이 개발행위제한 구역 내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축조됐다며 모두 원상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단은 "한 개의 조명탑을 제외한 나머지는 행위허가를 받은 토지 위에 설치됐다"며 "부지 경계선 밖에 있는 문제의 조명탑도 애초 다른 것들과 함께 일괄허가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20년간 문제 삼지 않은 시설물을 이제 와서 철거하라고 하는 건 신뢰보호의 원칙 위배라고도 주장했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민간인이 행정기관의 선행조치에 대해 존속성·정당성을 신뢰해서 행동을 한 경우, 그 신뢰의 보호 가치가 있다면 행동을 정당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1∙2심은 공단 측 주장을 상당 부분 수긍하면서도, 부지 너머 조명탑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판결했다. 비록 2002년 당시 해당 조명탑이 부지 경계선 외부에 설치되는 것으로 기재된 도면으로 건축허가를 받긴 했지만, 토지 자체에 대한 개발허가를 받은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그러나 부지 밖 조명탑이 위법하긴 해도, 원상복구까지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조명탑이 철거되면 안전사고가 우려될 뿐 아니라 사실상 야간 경기 자체가 제한될 것으로 보이는데, 개발제한구역 지정의 공익상 필요가 공단이 상당한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투입함으로써 입게 될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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