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곳서 유해 발견... "교육 대신 육체노동"
졸업생들 "원주민 언어 쓰면 구타당해" 증언
원주민 출신 내무장관 사과… "추가 지원 필요"
미국 정부가 과거 원주민을 서구 체제에 동화시키겠다며 운영했던 기숙학교에서 사망한 어린이가 거의 1,000명에 달한다는 미 내무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주민 아이들은 교육을 빌미 삼아 자행된 처벌에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학교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겉으로는 '동화 교육' 뒤에선 '폭행·강제노동'
30일(현지시간) 미 AP통신에 따르면 뎁 할런드 미 내무장관은 이날 '미국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400여 곳에서 어린이 집단 묘지 65개를 발견, 어린이 유해 최소 973구를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내무부는 2022년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어린이 유해 500구를 찾아냈다고 밝혔는데, 그보다 더 많은 피해자가 추가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조사는 미국 최초 원주민 출신 장관인 할런드 장관 지시로 2022년 시작됐다.
원주민 기숙학교는 1819년 연방 정부가 처음 관련법을 제정한 뒤 문을 열기 시작해 1969년까지 운영됐다. 겉으로는 교육 기관을 표방했으나, 실상은 '문화 말살 및 학대 현장' 그 자체였다고 내무부는 지적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교직원들은 아이들이 원주민 언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지하실 독방에 가두거나, 구타하고, 며칠간 굶도록 강요했다. 내무부는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아이들을 교직원들이 학교 안뜰에 묻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은 정규 교육 대신 상시적으로 농사일, 벽돌 제조, 철도 공사 등 육체노동을 강요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탓에 생존자들은 졸업 후에도 각종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졸업생인 도노번 아샴볼트(85)는 "졸업 후 20년간 알코올 중독 상태에 빠져 있었다"며 "그간 자녀들에게도 학창 시절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원주민 인권단체는 1926년까지 원주민 학령기 아동의 약 80%(약 6만 명)가 이러한 기숙학교에 다녔다고 추산하고 있다. 기숙학교에 수용된 원주민 아이들 나이는 4~14세 정도에 불과했다.
원주민 출신 장관 "연방 정부 사과해야"
할런드 장관은 "미국 정부는 기숙학교 정책을 통해 원주민 어린이들을 가족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정체성을 거부하고, 삶의 기반인 언어 문화 사회적 연결망을 박탈하기 위해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연방 정부 차원의 사과와 후속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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