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들이 보는 의미와 한계]
'방송의 독립' 여부에 의견 엇갈려
"지금보단 나아" vs "정치화 심화"
정당별 유불리 예측 어렵지만
'살아있는 권력이 유리' 의견도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이른바 ‘방송 4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7개월 만에 되살아났다.
30일 의결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29일 의결된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은 묶어서 방송 3법으로 불린다. 공영방송인 KBS·MBC·EBS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게 민주당의 명분으로,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법과 대동소이하다. 26일 새로 국회 문턱을 넘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개정안은 방통위원 4명 이상이 참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가 방통위를 2명 체제로 편법 운영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민주당의 의도다.
국민의힘은 "방송 4법은 공영방송을 민주당이 장악하려는 수단"이라고 본다. 이에 윤 대통령이 조만간 재차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여야 중 누구의 말이 맞을까. 언론학자들은 방송 4법이 공영방송 독립이라는 명분을 갖췄다고 보지만, 실효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①정치로부터 방송 독립, 가능한가
KBS·MBC·EBS 이사회는 9~11명으로 구성되는데, 관행적으로 정부·여당이 추천한 이사가 60~70%로 과반을 차지한다. 이사들은 자신을 추천한 정치 진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사실상 공영방송이 정부에 종속되는 구조다. 선거철과 정권 교체기에 방송사들이 몸살을 앓는 이유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국회(5명)와 방송현업단체(6명), 미디어학회(6명), 방송사 시청자위원회(4명)로 다변화하는 게 골자다. 언론학자들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사가 정치 후견주의를 탈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②특정 정당에 유리하다?
국민의힘은 법에 명시된 이사 추천 단체가 대부분 진보 성향이라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송기자연합회 등의 현업단체나 미디어 학회들이 민주당 편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조항제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여야 중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얘기하긴 어렵다”며 “여권 입장에서는 현행법은 확실하게 여권에 유리하지만 방송 4법은 불확실성을 키우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단체를 다변화해도 ‘살아있는 권력’인 정부·여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야 정치권의 이사 추천 단체 포섭 시도 등으로 오히려 정치적 남용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를 늘리는 것은 독립성을 높인다는 보장도 없이 정치적 남용만 부추길 것”이라며 “정치적 배경이 있는 이사들이 인선돼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③합의 없는 법안, 근본적 한계
방송 4법의 가장 큰 한계는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국민의힘, 야당과 타협 시도 없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윤 대통령, 집권당일 땐 방송법 개정에 미온적이었던 민주당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여야 의원 162명이 찬성 서명을 했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집권당이 된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 법 개정이 불발됐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를 여야 7대 6 구조로 바꾸고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 임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법안 골자였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박홍근 의원 안은 지금까지 여야가 합의한 최적의 안이었다”며 “민주당은 이를 파기한 데 대해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합의를 통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항제 교수는 “여야가 어떤 형태로든 합의를 봐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대안이 없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인 만큼 대안을 갖고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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