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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권력 충돌…최정 vs 김은지, K여자바둑 ‘진검승부’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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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권력 충돌…최정 vs 김은지, K여자바둑 ‘진검승부’ ON

입력
2024.07.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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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탁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맞대결
최 9단, ‘현재권력’으로 ‘건재함’ 과시 타이밍
김 9단, ‘미래권력’으로서 경쟁력 입증할 시점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벌어졌던 ‘2024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승자조 결승전에서 승리한 최정(오른쪽) 9단이 김은지 9단과 대국 종료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벌어졌던 ‘2024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승자조 결승전에서 승리한 최정(오른쪽) 9단이 김은지 9단과 대국 종료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죽을 각오로 두겠다.”(최정·28·9단)

“강한 상대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김은지·17·9단)

타고난 승부사적인 기질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표출됐다. 국내 여자 반상(盤上) 신·구 권력의 외나무다리 재격돌을 앞두고 ‘배수의 진’으로 내비친 속내에서다. 같은 하늘 아래 2개의 태양이 존재할 순 없단 얘기였다. ‘2024 닥터지(Dr.G) 여자최고기사결정전’(우승상금 4,000만 원) 결승에 앞서 전한 두 선수의 의미심장한 출사표가 그랬다.

국내 최고 여자바둑기사에게 주어질 ‘2024 닥터지’ 우승컵의 향배가 랭킹 1, 2위 간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특히 이번 대회 결승전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K여자바둑계 현재와 미래권력의 충돌이란 측면에서 보는 재미도 더해지고 있다.

최 9단, 국내에서 절대권력 10년 이상 유지…이례적인 올해 부진에 ‘우려’ 목소리도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개최된 ‘2023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시상식에서 우승자인 최정(오른쪽) 9단과 준우승자인 김은지 9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개최된 ‘2023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시상식에서 우승자인 최정(오른쪽) 9단과 준우승자인 김은지 9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일단, 중량감에선 압도적인 반상 족적을 자랑하는 최 9단에게 쏠린다. 128개월(올해 7월 기준) 연속 국내 여자 랭킹 1위만 고집 중인 최 9단이 수집한 우승 트로피만 31개(세계대회 우승컵 9개 포함). 통산 781승353패로, 국내 최다승과 최고승률(68.87%) 또한 최 9단 소유다. 현재 세계 여자 바둑의 양대 타이틀인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우승상금 9,500만 원)와 ‘센코컵 월드바둑여자최강전’(우승상금 8,900만 원) 타이틀도 모두 최 9단 손아귀에 있다. 그가 여자 바둑 세계 랭킹 1위인 배경이다.

다만 올 들어 보여준 그의 행마에선 불안감도 나온다. 특히 올해 20승13패(30일 기준)를 거둔 최 9단은 여자기사들을 상대로 16승8패(승률 66.67%)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여자기사들에겐 18승 무패의 무결점 대국을 이어왔던 그의 행보와는 딴판이다. 더구나 최 9단 스스로 빈번한 경기 출전에 따른 누적된 피로감을 호소, 올해부터 실전 대국까지 줄인 가운데 가져온 결과여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 “2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최 9단이 ‘에이징 커브’(시간 흐름에 따른 기량 저하) 시점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흘러나온 까닭이다. 세간의 이런 시선을 감안이라도 한 듯 “주변의 걱정을 알고 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진 않고 있다”고 밝힌 최 9단은 “(2021년부터 생겨난) ‘여자최고기사결정전’ 우승을 놓쳐본 적이 없다”며 “모든 걸 쏟아부어서 이번 대국에 나서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김 9단, 올해 상당한 기세에 기대감도 높여…최 9단에 열세인 상대전적 반전시켜야

지난 29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렸던 ‘2024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패자조 결승전에서 승리한 김은지(왼쪽) 9단이 나카무라 스미레 3단과 대국 종료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29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렸던 ‘2024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패자조 결승전에서 승리한 김은지(왼쪽) 9단이 나카무라 스미레 3단과 대국 종료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런 최 9단을 상대할 김 9단에게도 이번 대회 의미는 적지 않다. 자타공인 K여자 바둑의 차세대 주자로 낙점된 김 9단 입장에서 최 9단은 반드시 넘어서야 할 관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2인자’로 머물러야 할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천적 관계에 가까운 상대전적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김 9단은 최 9단과 맞대결에서 4승14패(승률 22.22%)로 절대적인 열세다. 중요한 길목에선 여전히 최 9단에게 발목이 잡힌 꼴이다.

하지만 김 9단에게도 믿는 구석은 있다. 이런 분위기는 객관적인 성적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46승16패(승률 74.19%)를 기록 중인 김 9단은 여자기사들에겐 21승3패(승률 88%)로 윽박질렀다. 이는 김 9단의 통산 전적(321승167패·승률 65.78%)을 초과한 지표다.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김 9단은 지난해 이 대회 결승전에서 최 9단에게 패했다. 김 9단이 1년 만에 설욕의 기회를 가져온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열렸던 ‘제7회 해성 여자기성전’(우승상금 5,000만 원) 결승에서 최 9단에게 승리, 우승컵을 가져온 짜릿함도 김 9단에겐 유쾌한 자산이다. 최 9단에게 객관적인 전력에선 밀리지만 혹시 모를 김 9단의 ‘깜짝 반란’이 이변으로 치부될 순 없는 배경이다. 김 9단은 이번 대회 패자조 결승에서 만난 나카무라 스미레(15) 3단에게 승리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최정 9단과 결승전에서) 욕심을 부리진 않겠다”면서도 “바둑 내용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번기(3판2선승제)로 벌어질 ‘2024 닥터지(Dr.G) 여자최고기사결정전’ 1국은 다음 달 1일에 열릴 예정이고 2·3국은 14일과 15일에 치러진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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