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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정부 싸워도 '최악' 없도록"... '중재 기능' 두는 프랑스·독일

입력
2024.08.02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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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에 선 K의료: ④해외는 어떻게]
프랑스: 이해관계자 갈등 조정 기구 운영
독일: 갈등 방지 위한 사전 협의 채널 가동

편집자주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발표하며 의료개혁 기치를 올린 지 6개월.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대폭 늘어나 의사 인력 부족 해소의 전기가 마련됐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공백은 의료체계를 보다 지속가능하도록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내외 의료현장 취재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의료개혁 성공 조건과 보완 과제를 점검한다.

지난해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의사 노동조합 중 하나인 '내일을 위한 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근무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보건 시스템이 안정화된 국가들에서도 의정 갈등은 이처럼 적지 않게 발생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립하는 일은 적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의사 노동조합 중 하나인 '내일을 위한 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근무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보건 시스템이 안정화된 국가들에서도 의정 갈등은 이처럼 적지 않게 발생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립하는 일은 적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의료·보건 시스템이 안정화된 선진국에서도 의정 갈등은 적지 않게 발생하고 대국민 피해를 유발한다. 그러나 지난 2월 윤석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후 반 년 가까이 갈등하고 있는 한국처럼 출구 없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일은 적다. ①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중재 또는 완화할 기구를 마련해 두거나 ②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소통 채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양대 강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프랑스는 전자에, 독일은 후자에 속한다.

프랑스, 다양한 기구가 갈등 완화·중재 노력

프랑스에서는 진료 종류·형태에 따라 나뉜 다수의 노동조합이 국민건강보험기금(CPAM) 및 정부와 의료 정책 및 처우 협상에 각각 나서는 형태라 갈등도 다양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그러나 갈등 완화를 촉구하거나 출구를 찾게끔 돕는 독립적 또는 준독립적 기관이 여럿 존재한다.

전국의사협의회(CNOM)가 대표적이다. CNOM은 기본적으로 의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만 공중보건법상 의료윤리강령의 책임기관으로서 '적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이행할 책임을 동시에 지닌다. 이에 의정 갈등 발생 시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을 두루 판단해 입장을 정하는 한편, 사회적 파장 최소화에 주력한다.

지난 5월 사립병원연합(FHP) 소속 의사들이 '사립병원 자금 조달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파업을 예고했을 당시를 예로 들면 이렇다. CNOM은 정부를 향해 'FHP 요구를 귀담아 들으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FHP를 향해서도 엄중한 경고를 했다. "파업 탓에 동료 시민들이 양질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어서는 안 된다. 파업 중에도 응급 치료 기능은 유지해 달라." CNOM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공공병원 의사들이 근무 환경 개선 및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을 때 의사들의 주요 불만 사항을 직접 조사해 정부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고용주·근로자·정부 등으로 구성된 공동위원회(CP)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CP는 사안에 따라 여러 층위로 나뉜다.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정책과 관련해서는 국가공동위원회(CPN)가 작동한다. 지역 또는 시설 수준의 사안은 지역합동위원회(CPR), 지방공동위원회(CPL)가 다룬다. 프랑스 몽테뉴연구소 수석연구원 로라 밀레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부 및 CPAM과의 협상 주체는 노조들이므로 CNOM과 CP의 중재자로서의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대화와 교류의 플랫폼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사전 대화·협의 틀 마련해 갈등 방지

독일은 의료 관련 정책, 의료진 처우 등 특정 사안에 대해 결정하는 단계에서나 사전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두루, 충분히 반영되는 편이다. 촘촘한 대화·협의 채널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낮추고 갈등이 불거지더라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돕는다.

연방합동위원회(G-BA)가 그중 하나다. G-BA는 법정 건강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규제 및 정책에 관한 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그러나 정부 측 인사로만 구성되지 않고, 의사, 병원, 보험 등 각계 추천 인사가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의결권은 없지만 환자 대표가 토론에 참여해 환자의 관점을 반영하기도 한다.

공중보건자문위원회도 역할을 한다. 연방 또는 주(州) 단위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 의견을 개진하는 자문기구인 이 위원회는 발언 및 권고에 강제성은 없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로가 의료진에게 보장된다. 이는 '정부가 일방적 결정을 했다'는 식의 불만이 나타날 가능성을 크게 낮춰 정책 수용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정부에도 이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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