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또 최초'... 한국 펜싱 역사 새로 쓰는 오상욱

10년 전 사브르 최초 고교생 국가대표에서
올림픽 男 사브르 개인전 첫 금메달 주인공으로
한국선수단 첫 金·그랜드슬램 영광도
"단체전 금메달도 따겠다" 펜싱 최초 2관왕도 도전

오상욱이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후 포효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펜싱 남자 사브르의 간판 오상욱(대전시청)이 각종 최초 기록을 수립하며 한국 펜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오상욱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사브르가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건 오상욱이 처음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2020 도쿄 대회 당시 김정환이 수확한 동메달이다.

오상욱은 10년 전 국제무대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부터 ‘최초’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그는 2014년 12월 한국 사브르 역사상 처음으로 ‘고교생 국가대표’가 됐고, 이듬해 2월 이탈리아 파도바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펜싱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192㎝의 신장과 긴 팔다리 등 뛰어난 신체조건을 갖춘 그는 이 대회에서 엄청난 순발력까지 선보이며 ‘체격이 큰 선수는 스피드가 느리다’는 통념도 깨트렸다. 중학생 시절 작은 신장(160㎝)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실시했던 순발력 향상 훈련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오상욱이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을 마친 후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그는 이후 뛰어난 성적으로 펜싱계의 기대에 보답했다. 그랑프리에서 총 5차례 정상에 섰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6차례나 우승했다. 2019년에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하며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명실상부 세계 최강 사브뢰르(남성 사브르 선수)였지만,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20 도쿄 대회에서는 절반의 성공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단체전에서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와 금메달을 합작했지만, 개인전에선 대회 직전 확진 판정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8강에서 탈락했다. 설상가상 첫 올림픽 이후 발목 수술을 받을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고, 지난해 항저우 대회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이후에도 손목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상욱은 포기하지 않고 이번 올림픽에 모든 초점을 맞춘 채 훈련에만 전념했다. 스스로도 “(부상) 트라우마를 깨려고 더 격렬하게 운동했다”고 언급할 정도다. 그의 피나는 노력은 특히 이번 대회 8강전에서 빛을 발했다. 오상욱은 대회 4연패에 도전하는 아론 실라지(헝가리)를 꺾은 ‘다크호스’ 파레스 아르파(캐나다)를 15-13으로 잡아내며 지난 대회 개인성적을 넘어섰다. 상승세를 탄 그는 이어진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 페르자니와의 경기는 오히려 수월하게 승리하며 포디움 최상단에 섰다.

오상욱(가운데)이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 한 후 시상식에서 은·동메달을 획득한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오상욱은 이번 우승으로 각종 기록의 주인공도 됐다. ‘남자 사브르 최초 개인전 금메달’ 외에도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리스트, 한국 펜싱 최초 ‘개인전 그랜드슬래머(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올림픽 우승)’로 이름을 남겼다.

경기 후 오상욱은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그리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것에 또 의미가 있다”며 “이번 메달이 내게 아주 큰 영광을 가져다 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인으로 이룰 수 있는 모든 영광을 이룬 오상욱이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새 역사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31일 한국 펜싱 최초의 올림픽 2관왕에 도전한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올림픽 3연패의 금자탑도 세우게 된다. 오상욱은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도 “단체전까지 금메달 따고 편히 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