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외교장관회담 일정 마무리 계기 기자간담회
"일본, 계속 소통하며 약속 이행 노력 보여주기 바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과 관련해 일본에 성실한 후속조치 이행 및 노력을 촉구했다.
조 장관은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관련 일정을 마무리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현장에 설치한 전시물은 물론 추도식 등 관련 후속조치 이행에 있어서도 우리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양국 간 어떤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함께 지혜를 모아가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일본 사도광산이 컨센서스(만장일치)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서의 강제동원 관련 전시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 관련 기숙사 및 공동취사장 안내판 설치 및 소개자료 제작 △사도광산 개발을 위해 동원된 일본인과 조선인 노동자를 위한 추모식 정례화 등을 전제로 유산 등재에 반대하지 않았다. 역사 문제를 두고 일본과 전면 충돌하며 대결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편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조 장관은 "일본과의 대결보다는 상호합의에 의한 문제해결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은 2015년 이른바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섬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이 '의사에 반하여(against their will)'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했다고 인정한 사실을 재차 언급하지 않고 "명심하겠다(bearing in mind)"고만 말하는 데에 그쳤다. 조선인의 강제동원 사실 인정 여부에 있어서는 후퇴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협상 전력을 (일본의) 이행조치 확보에 투입했고, 또 하나의 주머니에 챙긴 것"이라며 "일종의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처럼 과거 약속들은 새기고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강제노역'을 인정한 발언을 철회하지 못했으니 사도광산 현안에 있어서는 한발 나아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행조치를 명문화해 일본이 더 이상 가해역사를 부정하지 못하도록 외교적 장치를 심화해나가는 접근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표현을 갖고 협상력을 허비하기보다는 그건(강제노역 인정) 이미 우리가 챙겨놓은 것이기에 다시 한번 컨펌만 하면 되는 것이고 더 나은 이행 조치를 챙기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또 "국제회의에서 모든 대표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을 하고 그걸 문서에 기록을 남긴 것이기에 역사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는 그게 더 훨씬 중요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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