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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기 뚝 떨어진 때… ‘깐깐한 원칙맨’ 조지호가 내밀 당근과 채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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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기 뚝 떨어진 때… ‘깐깐한 원칙맨’ 조지호가 내밀 당근과 채찍은?

입력
2024.07.29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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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 후보자에 대한 일선 반응]
최근 현장 경찰관 자살·순직 잇따라
업무과중, 인력부족 탓에 사기 저하
"효율보단 현장 포용력 필요한 시점"

지난 19일 숨진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A경위가 생전 동료 경찰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독자 제공

지난 19일 숨진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A경위가 생전 동료 경찰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독자 제공

24대 경찰청장으로 지명된 조지호(56) 후보자(서울경찰청장)는 조직 내에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치안정감(두 번째 계급)이 되어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정도로 자기통제가 강한 동시, 깐깐한 조직 관리로 부하들에게 높은 성과와 희생정신을 요구하는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그 엄격한 성품이 때론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현장 경찰관들이 업무 과다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직원 복리'보다 '경찰관으로서 희생'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조 후보자의 성향이 현장 경찰관들과 갈등을 빚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일선 서장·과장급인 총경과 경정들도 이런 근심을 감추지 못한다.

잇따르는 경찰관 자살, 순직, 투신

최근 사망한 동료 경찰관을 추모하며 서울 관악경찰서 앞에 놓인 근조 화환.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최근 사망한 동료 경찰관을 추모하며 서울 관악경찰서 앞에 놓인 근조 화환.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연이은 경찰관 순직·자살 사건과 관련해 근무여건 실태진단팀을 구성해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질적인 인력난과 낮은 처우에 불만을 가져온 현장 경찰관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사태가 커진 것은 14일 서울 관악경찰서 A경위의 죽음이었다. A경위는 순경 입직 8년 만에 세 계급을 승진한 촉망받는 경찰관이었다.

계속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던 그조차 올해 2월 통합수사팀 발령 이후 업무 과중을 호소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새 몸무게가 10㎏ 이상 빠졌다고 한다. 생전 그는 동료에게 메신저로 "(맡은) 사건이 50개, 보완까지 53개"라며 "죽을 거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책임감이 강해 주말마다 지방으로 출장을 가던 젊은 경찰관의 죽음에, 관악서 로비는 동료들이 보낸 근조 화환 90여 개가 가득 들어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어 동작서 B경감이 근무 중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늦은 밤까지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던 중 쓰러졌고,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26일에는 평소 업무 과중을 호소하던 혜화서 C경감이 동작대교에서 투신했다가 구조됐다.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의 홍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일선 경찰관들의 근무 강도는 최근 몇 년 새 악화일로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부서는 물밀듯 밀려드는 사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접수된 고소·고발 건수는 18만941건으로 2022년 동기(15만2,125건)에 비해 17%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수사준칙 개정으로 경찰이 고소·고발을 반려하지 못하고 원칙적으로 모두 입건해 수사하게 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서울의 한 일선서 수사부서 과장은 "고소·고발 사건 반려 제도가 사라지면서 업무가 30~40% 늘었다"며 "경제와 사이버수사가 통합되면서 익숙하지 않은 사건 처리 적응에 고생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전했다. 수사부서 경력 3년 차라는 한 경사는 "1년에 담당하는 사건만 300개가 넘는데, 하루에 하나씩 처리해도 모자라다"고 토로했다.

조 후보자가 주도했던 조직 개편으로 지역경찰의 업무도 배가됐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치안 수요가 많은 지구대·파출소가 인근 관서의 인력·장비를 흡수하는 중심지역관서 제도, 칼부림 사건 이후 설치된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 등은 모두 조 후보자가 본청 차장 시절 설계부터 도입까지 도맡았던 것들이다. 업무 통합과 효율화를 통해 적은 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순찰인력을 늘려 치안을 지키겠다는 취지지만, 일선 고충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2신고는 2020년 1,830만 건에서 지난해 2,150만 건으로 늘었는데, 중앙 행정기관 민원의 57%가 경찰이 처리할 정도다. 경력 20년 차의 한 지구대 팀장은 "형기대, 기순대 인원을 채운다고 일선서와 지구대에서 인사 때마다 50명이 빠져나갔다"며 "고질적 인력 부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포용력이 필요한 때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신임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임시회의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신임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임시회의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현장 상황이 이렇게 때문에, 조 후보자의 깐깐함을 보는 현장 경찰관들의 마음은 무겁다. 올해 5월 서울 지역 경찰직장협의회(직협)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도 자주 회자된다. 직협은 경찰의 노동조합 격으로, 조직 내 근무 환경과 고충 처리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당시 조 후보자가 '점심식사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뜨면서, 간담회는 불과 한 시간 만에 종료됐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경청한 다른 시·도청장과 달리 형식적인 자리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가자는 "조 후보자가 당시 간담회에서 '국민을 위한 직협이 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근무 여건을 논의하는 자리에서까지 사명감을 언급한 것에, 일부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29일 열린다.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만큼 논란이 될 만한 개인적 결격사유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다만 현재 경찰이 고질적인 △업무 과중 △ 인력 부족 △낮은 처우 등으로 인해 사기가 매우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경찰청장은 성과뿐 아니라 조직 통합 및 사기 진작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한 경찰 고위간부는 "조 후보자는 맡은 일은 빈틈없이 처리하고 통찰력도 좋다"라며 "직원들에겐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가 청장이 되면 이런 부분들까지 잘 살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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