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과 경기장 오가는 셔틀버스
에어컨 안 틀고, 창문도 못 열어
"경기 날에 그럴 경우 정말 큰 문제"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동수단 셔틀버스가 에어컨을 틀지 않고 운행해 곳곳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예상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는 일부 셔틀버스가 ‘노 에어컨’ 운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테러 위협에 대비해서인지 창문도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파리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다고 해도 버스 안 더위는 견디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국 남자 수영 대표팀은 25일(현지시간) ‘찜통 버스’ 경험담을 털어놨다. 김우민(강원도청)은 이날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버스가 너무 덥다”며 “창문도 못 열게 막아놨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 선수 한 명이 버스에서 내린 뒤 쓰러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덧붙였다.
황선우도 “선수촌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중에서 에어컨을 틀어주는 버스도 있고, 안 틀어주는 버스도 있다. 보안 때문인지 창문을 테이프로 막아놔 열 수도 없다”며 “선수들이 많이 타다 보니까 바깥 온도보다 더운 상황이 생긴다. 사우나 같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이동 수단 버스에 붙여진 대회 로고 모습. AFP 연합뉴스
운송 체계도 아직 미흡하다. 선수촌과 경기장까지 거리는 약 11~13㎞ 정도로 택시를 타면 20분 정도 거리지만 버스를 타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게 황선우의 설명이다. 그는 “오고 가는 데 40~45분가량 걸린다. 버스 배차 시간이 애매해서 이번에 오는 데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며 “현재 운송 체계가 미흡해서 힘들다. 다른 종목 선수들도 비슷한 것 같더라”고 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예정된 훈련 시작 시간보다 30분 이상 늦게 수영장에 도착했다. ‘찜통 버스’에 에너지를 뺏기고, ‘지연 버스’에 훈련 시간도 뺏겼다. 김우민은 “며칠 전에는 버스가 좁은 골목에 잘못 들어가 차가 파손되는 사고도 났다”며 “길을 이상한 곳으로 들어가 뱅뱅 돌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파리 올림픽은 친환경 대회를 이유로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다행히 현재 파리에 무더위가 찾아오지 않아 숙소 생활은 불편하지 않지만 이동할 때 컨디션 관리가 힘들다. 연습 기간이라 넘어갈 수 있다고 쳐도 개막 후 경기 당일까지 ‘노 에어컨’ 버스가 계속 운행된다면 문제가 커진다. 황선우는 “경기 날에 그럴 경우 정말 큰 문제”라며 “고민이 된다.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결국 한국 수영 경영 남자 800ｍ 계영 대표팀 멤버 6명은 결전을 앞두고 올림픽 선수촌을 나와 경기장에서 5분 거리의 호텔로 이동을 결정했다.
파리 올림픽 기간 운행되는 버스. AFP 연합뉴스
같은 날 선수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코리아하우스로 이동한 대한체육회 직원들 역시 입 모아 “버스가 정말 더웠다. 이동 시간도 1시간 넘게 걸렸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이용하는 미디어 셔틀버스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핸드볼 경기장까지 가는 버스도 내부가 사우나 같았다.
이런 우려 사항을 전해 들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차츰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은 “어느 대회든 처음에는 운영이 미흡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며 “대회가 진행되면서 보완될 것이다. 조직위원회에서 곧바로 대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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