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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젊은이들이 저항하고 들이받으라...기득권은 양보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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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젊은이들이 저항하고 들이받으라...기득권은 양보하지 않으니까"

입력
2024.07.25 15:18
수정
2024.07.25 15: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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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허송세월' 낸 김훈 강연회
“듣지 않고 말하는 ‘말 병’ 걸린 사회,
적대감과 극단의 언어만 쌓여"
"우리 세대는 곧 가니 주변을 정확히 보라"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김훈(오른쪽) 작가가 나남출판사의 박해현 주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남출판사 제공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김훈(오른쪽) 작가가 나남출판사의 박해현 주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남출판사 제공

“한국 사회의 병이 대부분 ‘말 병’입니다. 국회의원을 보면 다 말 병 걸린 사람들 같아요.”

산문집 ‘허송세월’을 낸 김훈(76) 작가는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런 말 병은 듣지 않고 ‘말하기’에만 골몰한 탓에 생긴다는 것이 김 작가의 말이다. 그는 “우리 사회 언어의 병은 듣기가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듣지 않고 내 말만 하니 소통이 되지 않고, 적대감과 극단의 언어만 쌓인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허송세월’에서 “지난 70년 동안 이 불행한 분단의 시대를 지배한 것은 증오와 불신과 저주의 언어였다”고 쓴 까닭도 여기에 있다. 소통이 아니라 적대의 장벽에 동원된 언어로 인해 이제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려 민주주의의 존립이 불투명한 위기라는 것이다. 김 작가는 “말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자신의 정치·사회적 견해를 말할 때 교양 있는 언어로 말하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듣기에 바탕을 둔 말하기로 소통을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송세월·김훈 지음·나남 발행·336쪽·1만8,000원

허송세월·김훈 지음·나남 발행·336쪽·1만8,000원

4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강연회에 모인 300명 독자의 주된 관심사는 김 작가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으로 여기는 글쓰기였다. 글쓰기의 핵심을 ‘부사와 형용사 죽이기’라 말해 온 그는 이날도 “군더더기 없이 ‘뼈다귀’만 있는 문장”을 강조했다. 2022년에 낸 장편소설 ‘하얼빈’에서 “이토가 죽었다”라고 썼다가 부사 ‘곧’을 추가하고는 후회한 일화를 통해 “독자에게는 하찮겠지만 나로서는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시대의 문장가’라 불려온 그는 “쓸 수 있는 단어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한 움큼밖에 안 남은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훈이 '젊은이'들에게 건넨 '한 말씀'은

2022년의 김훈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2년의 김훈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을 지나 여든에 가까워진 김 작가는 강연 끝 무렵에 노년 세대로서 청춘의 고민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젊은이들의 고통 대부분은 우리 세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반성하면서도 “젊은이들이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노작가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 세대를 향해 ‘당신들이 책임져라’ 말해봐야 소용없어요. 우리는 금방 가니까. 여러분들이 끌어안고 가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세상을 부지런히 바라보고 생각하고 쓰는 김 작가다. 그는 거듭 당부했다. “주변을 정확하게 들여다보시는 젊은이가 되길 바랍니다. 기득권이 도덕적으로 양보하는 세상은 인류사에 없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주변의 문제를 잘 들여다보고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요구하고, 들이받아서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몰아가기를 바라는 것이죠.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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